[소설]8월의 저편 47…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9)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33분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책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큐큐 파파 거리 간판에 쓰인 29킬로미터란 빨간 글자를 보는 순간 두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러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회수 차량에 탈래요?”

“아뇨.”

“유씨가 이 번 마라톤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달려도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달리고 싶다면, 포기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분해서 우는 건가요?”

“…아파서요.”

“왜 제한 시간 내에 골인하고 싶은 거죠?”

“지금은 제한 시간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교통 규제가 해제되면 보도로 달릴 거예요.”

“교통 규제가 해제돼도 달릴 건가요? …알겠어요, 달려요.”

큐큐 파파 사토 코치가 달리면서 등과 어깨에 진통제를 뿌려준다

큐큐 파파 눈물과 콧물이 짜다 팔이 아파서 큐큐 파파 웨스트 포치에서 화장지를 꺼낼 수도 셔츠 소매로 닦아낼 수도 없다 큐큐 파파 손으로 코를 풀어 타이츠에 비벼 닦는다 큐큐 파파 눈물이 땀처럼 하염없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시냇가의 빨래 소리 또두락 똑딱 나는데 아롱아롱 버들잎은 정든 님 얼굴을 가리누나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허송세월 말아라

그 노래다 한강을 건널 때 누군가가 불렀던 큐큐 파파 그 남자가 부른 게 아니었나? 큐큐 파파

정든 님아 오시려면 당당하게 오세요 꿈속에만 오락가락 구곡간장을 태우느냐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허송세월 말아라

그림자가! 큐큐 파파 내 발에서 그림자가 뻗어나와!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파문처럼 노래 소리가 퍼지고 큐큐 파파 지금 몇 시? 열 시에 출발했으니까 네 시간을 달렸다 쳐도 오후 두 시 큐큐 파파 그림자가 이렇게 길 리가 없는데 태양은 어느 쪽이지? 큐큐 파파 사토 코치의 그림자는? 큐큐 파파 짧다! 앞을 달리고 있는 남자의 그림자도 그 앞에서 달리는 남자들의 그림자도 모두 짧다!

큐큐 파파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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