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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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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방자치는 분발해야 한다. 월드컵에 나선 한국선수들이 지난 1년 여간 땀흘려 노력해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지방자치도 노력과 창의를 통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여건과 제도, 그리고 그 주체들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당면한 6·13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CEO 이상의 경영능력 필요▼
우리의 지방재정 규모는 70조원을 넘었고 여기에 교육재정을 포함한다면 사실상 지방은 중앙과 거의 대등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6·13 선거에 당선되는 단체장은 작게는 몇 백억원부터 크게는 10조원대의 재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유권자들의 혈세가 잘 쓰이는지 판가름난다. 지역의 경제발전과 주민복지의 성패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당장 주민의 일상생활이 편리해지는지, 불편해지는지 갈라진다.
새롭게 선출될 단체장은 종전과 동일한 예산을 지출하고도 양질의 더 많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경영 관리자여야 한다. 예산지출을 늘리되 그 효과가 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확대시킬 줄 알아야 한다.
단체장에게는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관리능력과 마인드가 요구된다. 자치단체는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자치단체는 공익을 목표로 한다. 각급 자치단체에는 경제적 효율을 보장하는 장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형평의 내부장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은 경제원리에 의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 즉,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지만 자치단체는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공평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고도의 행정 테크닉이 필요한 곳이다.
정부개혁의 선도역할을 해온 영국이 종전의 비용절감 정책으로부터 최근 서비스 질의 개선에 중점을 두는 비용절감 즉, 최선의 가치(Best Value)라는 정책으로 선회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80년대 이후 시장원리와 CEO식 경영 마인드를 강조해온 영국은 행정서비스의 질보다 비용절감에 우선을 두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부작용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한계 서비스들이 삭감되었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서비스 감축의 불편을 겪었으며 급기야는 종전에 없던 대형 철도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되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하고 가난하고 의지까지 없는 사회적 약자를 공평하게 배려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주민의 복지가 무엇이고 진정 주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또 재정의 운영결과를 주민들에게 회계적으로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자치단체의 재정상태와 자산과 부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내놓고 주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그 대안을 모색할 줄 알아야 한다.
▼재정 투명하게 공개를▼
또 자치단체장은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재정적으로 빈약하다. 주민의 행정수요가 급증하는 데 비해 재정의 증가속도는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재정능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해주는 재정자립도(일반회계 세입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 비중)는 54.6%로 낮은 수준이고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가 146개나 되는 것이 우리 지방재정의 현주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단체장의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현재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는 도시 중 일부가 재정적으로 건전한 상태가 아닌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도시들은 앞으로 경기장 시설을 잘 유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우려가 높고 그 과정에서 자칫 일부 단체는 재정적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런 점에 유념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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