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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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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열기는 때로는 광기로 이어진다. 1969년 7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멕시코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격돌했다.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2차전에서 양국 응원단이 난투극을 벌여 온두라스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트럭에 실려 추방당했다. 이에 온두라스 시민들은 자국내 엘살바도르 교민들에 대한 약탈 방화 살인을 자행했고, 30만명에 달하는 엘살바도르 교민들은 국경을 넘어 피난을 갔다. 결국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에 선전포고를 해 두 나라는 전쟁에 돌입했다. 유명한 ‘축구전쟁’의 전말이다.
▷축구장 광기의 대명사로 ‘훌리건’을 빼놓을 수 없다. 훌리건은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1960년대 초 영국 보수당 정권 아래서 사회복지 축소, 빈부격차 심화 등에 반발한 실업자와 빈민층이 축구장에서 울분을 폭발시켜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이들을 훌리건으로 불렀다. 훌리건이 악명을 떨치게 된 참사는 1985년 5월 유럽챔피언스컵 결승전이 벌어진 벨기에에서 일어났다. 바로 축구경기 시작 전 영국 리버풀팀 팬들이 이탈리아 유벤투스팀 응원단을 습격해 39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다친 헤이젤 스타디움 참사다.
▷월드컵 축구장의 열기는 광기가 아닌 지구촌 화합의 무대로 이어져야 한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는 냉전체제로 대립하던 동서독이 예선전에서 만났다. 이 경기에 앞서 동독 국가가 연주되자 1500여명의 동독 응원단과 6만5000여명의 서독 관중이 일제히 기립하는 가슴 뭉클한 광경이 연출됐다. 남북한간에도 1990년 10월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오가면서 남북 통일축구 경기가 개최되는 등 축구교류가 있었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이념 대립, 인종 분쟁, 종교 갈등 문제를 모두 태워버리고 인류 평화와 화합의 무드를 드높이기를 기대해 본다.
김우상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kw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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