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잊혀져가는 97년의 태극전사'

  • 입력 2002년 5월 28일 10시 54분


어제 퇴근 후 TV를 켜서, 이것 저것 뭐하나 채널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던 와중입니다(평소에 늘 하는 행사죠. 주로 보는 채널은 항상 정해져있지만 --;). 늘 체크하는 순서대로, 게임 채널 3개 => 스포츠 채널 3개 => 영화채널, 드라마 채널들을 돌려봐도 마땅히 흥미를 끄는 채널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여기 저기 돌려보고 있었는데요,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이 하나 있더군요.

확실히 월드컵 때인가 보다. 뮤직 비디오에서도 축구 장면이 나오고.. 하면서 누구 것인지 모르는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는데, 김건모 아찌가 나오더니, 갑자기 잊고 있었던 한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오더군요. 이관우 선수.

그리고 오늘 아침 스포츠 신문에 조그맣게 지면을 장식한 선수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촉망받는 수비수 심재원 선수가, 소속팀과의 계약 연장을 위해 대표팀에서 떠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두 선수를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저는 아무래도 한국 축구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97년도 쿠칭의 비극이 생각이 납니다.

그 때를 기억하시나요? 아시아 최강이라는, 아니, 83년도에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우리나라에게 안겨다줬던, 4강 진출을 이끌어냈던 박종환 사단의 팀보다 훨씬 강하다라는 평을 받았던 팀. 홈에서 열렸던 아시아 예선에서 중국, 일본 등을 그야말로 속시원하게 박살내고 당당히 우승, 이번에는 그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는 꿈과 함께 역대 최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팀이 바로 97년 말레이시아 세계 청소년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었습니다. 거기다 2002년 월드컵 주최국으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 아닌 부담감까지 가중되어 있는 상황. 박이천 감독의 지휘 아래 주장 김도균을 필두로 이정민, 서기복, 조세권, 박진섭, 박병주, 이관우, 안효연, 정유석, 정석근, 김만중.. 등 엄청난 전력을 갖춘 팀이라 생각되던.. 그 97년도의 여름을 기억하시나요?

우승 후보 브라질, 프랑스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되어 부담이 있긴 했지만.. 온 국민의 기대를 안으며, 첫승을 기대하게 했던 첫 경기. 6월 17일 대 남아공 전. 이관우, 정석근, 김도균을 중심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간판 이관우가 전반전에 골키퍼와 1:1로 두 번이나 맞서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며 0:0 무승부.

두번째 경기, 6월 19일 대 프랑스 전. 전술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우승 후보 프랑스와의 맞대결을 통해 1승을 따내기를 기원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가고 앙리와 트레제게에게 각각 2골씩 허용하며 2:4로 패배.

그리고 ‘쿠칭의 비극’이라고 일컬어지던 세번째 경기 6월 22일 대 브라질전. 현격한 기량차를 여지없이 드러낸 한 판이었습니다. 적극적인 태클과 우리의 맨투맨 수비를 보란듯 비웃으며, 브라질은 파상 공세를 펼쳤고 결국 아다일톤에게만 6골을 내주며 3:10으로 완패했었던 경기였죠. 국제대회의 한 경기에서 10골을 내준 것은 지난 48년 런던올림픽때 스웨덴에 12:0으로 패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던 만큼 온 국민에게 가져다 준 충격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겁니다.

남아공 전에서 이관우가 패스만 한 번 해줬어도.. 남아공 골키퍼가 그렇게 선방을 펼치지 않아서 단 한 골만 넣을 수 있었어도.. 만약, 만약… 그런 커다란 아쉬움과 ‘분노’를 우리 가슴에 안겨준 채 97년도 대회는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아, 브라질이 벨기에를 10:0으로 격파, 대회 최다 점수차 패배라는 기록은 면하게 되었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그 이후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가 이란에게 6:2라는 큰 점수차로 대패했고, 98 월드컵 대 네덜란드 전의 0:5, 컨페더레이션스 컵 대 프랑스전에서 0:5, 친선 경기 체코와의 경기에서 0:5 등 그 전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대패가 계속 이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찌보면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의 자존심이 본격적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저 대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

97년 세계 청소년 대회에 참가했던 각국 대표팀 선수들의 면모를 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당시의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원더보이 오웬, 뉴캐슬의 다이어(당시에는 입스위치 타운에서 뛰었죠), 아스날의 업손 등이 활약했고, 프랑스 대표팀에는 골키퍼 랑드호,아넬카, 크리스티발, 사뇰, 실베스트레, 뤼쌩, 르호이 그리고 슈퍼스타로 성장한 앙리와 트제레게 등이 뛰었으며(정말 그 앙리가 지금의 앙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아르헨티나는 깜비아소, 사무엘, 아이마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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