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임상의학연구센터 이규호 교수(사진)는 ‘유별난 의사’로 통한다. 최근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화제가 됐기 때문.
그는 한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13년간 근무하다가 98년 모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료기기를 연구하는 교수로 전공을 바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만든 MP3 플레이어는 세계에서 두께가 가장 얇은 5㎜인데다가 명함 크기여서 지갑에도 쏙 들어갈 정도. 이름도 ‘슬림 오디오’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2 국제가전박람회’에서 디자인 기술 혁신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해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오디오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신문 국제면에서 담뱃갑보다 작고 얇은 ‘일회용 휴대전화기’가 개발됐다는 뉴스를 보았지요.”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한 이 교수의 머리에는 이때 얇지만 각종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 카드’가 떠올랐다. 그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까지 부족한 오디오 스트레스 저하 장치 대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 카드’를 만들기로 마음을 바꿨다.
1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된 슬림 오디오는 지난달부터 용산전자상가 등을 중심으로 64MB 제품이 12만∼14만원, 128MB 제품이 17만∼18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MP3 플레이어에 센서를 연결하면 일상 생활 중에도 자신의 생체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전도나 맥박, 뇌파 등의 신호를 센서를 통해 카드에 입력 저장한 뒤 의료진은 이를 분석해 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 기존 메모리 장치는 크고 무거워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지난해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대학내 벤처기업 ‘락테크놀로지(02-365-0472)’를 창업한 그는 암세포 주변에 새로 생겨나는 혈관을 차단하는 혈관 색전용 코일과 혈관 기형을 치료하는 고주파유도가열장치 등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