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물]연세대 의대 이규호 교수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59분


“의사가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다고 주위에서 ‘이상하다’고 말하는데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음악 감상처럼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도 없습니다.”

연세대 의대 임상의학연구센터 이규호 교수(사진)는 ‘유별난 의사’로 통한다. 최근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화제가 됐기 때문.

그는 한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13년간 근무하다가 98년 모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료기기를 연구하는 교수로 전공을 바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만든 MP3 플레이어는 세계에서 두께가 가장 얇은 5㎜인데다가 명함 크기여서 지갑에도 쏙 들어갈 정도. 이름도 ‘슬림 오디오’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2 국제가전박람회’에서 디자인 기술 혁신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해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오디오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신문 국제면에서 담뱃갑보다 작고 얇은 ‘일회용 휴대전화기’가 개발됐다는 뉴스를 보았지요.”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한 이 교수의 머리에는 이때 얇지만 각종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 카드’가 떠올랐다. 그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까지 부족한 오디오 스트레스 저하 장치 대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 카드’를 만들기로 마음을 바꿨다.

1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된 슬림 오디오는 지난달부터 용산전자상가 등을 중심으로 64MB 제품이 12만∼14만원, 128MB 제품이 17만∼18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MP3 플레이어에 센서를 연결하면 일상 생활 중에도 자신의 생체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전도나 맥박, 뇌파 등의 신호를 센서를 통해 카드에 입력 저장한 뒤 의료진은 이를 분석해 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 기존 메모리 장치는 크고 무거워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지난해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대학내 벤처기업 ‘락테크놀로지(02-365-0472)’를 창업한 그는 암세포 주변에 새로 생겨나는 혈관을 차단하는 혈관 색전용 코일과 혈관 기형을 치료하는 고주파유도가열장치 등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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