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송지만 엉거주춤타 완전히 물올랐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01분


21년 프로야구사에서 한화 송지만(31·사진)만큼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극적인 시즌을 보낸 선수도 드물다.

96년 인하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한 송지만은 아마추어 시절 무명 설움을 벗어던지고 한해 평균 2할8푼대 타율에 20홈런 가까이 치는 ‘썩 괜찮은’ 중거리 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타격의 정교함이든 파괴력에서든 강인한 인상을 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송지만은 2000년 시즌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대변신을 한다. 시즌초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한 그는 3할5푼에 이르는 고공타율에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며 타격 각 부문 선두를 질주했다. 처음엔 시즌초면 으레 나오는 ‘반짝선수’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송지만 돌풍’은 가을이 올 때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그동안 대표 경력이 전무했던 송지만은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할 드림팀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지만 이탈리아와의 연습경기에서 오른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기도 전에 중도하차하는 두배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정규시즌 13경기를 남기고 타율 0.338에 32홈런을 치고 있던 송지만은 타격은 현대 박종호(0.340)에게, 홈런은 현대 박경완(40개)에게 내줘야 했다.

홈런왕을 차지한 박경완은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송지만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후 발목에 철심을 박은 채 지낸 기나긴 재활의 나날. 그러나 송지만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타율 0.285에 22홈런으로 재기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올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그리며 2000년의 영광 재현을 예고하고 있다.

23일 청주 SK전에서 3점홈런 2개를 포함해 한 경기 8타점의 프로 타이기록을 세우며 팀선배 송진우의 최다승 기록경신에 일등 도우미 역할을 한 그는 어느새 홈런 7개로 단독선두에 뛰어올랐다. 타점(22개)과 장타력(0.787)은 2위와 큰 차이가 나는 선두, 타율은 6위(0.361)로 오히려 2000년 시즌을 능가하는 성적이다.

송지만은 “올초 방망이를 등뒤 엉덩이까지 축 늘어뜨리는 타격폼으로 바꿨지만 시범경기때 애를 먹었다. 다시 예전의 엉거주춤폼으로 돌아간 게 주효했다”며 밝게 웃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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