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베컴 부상… 잉글랜드 “Oh, No!”

  • 입력 2002년 4월 11일 17시 39분


“아르헨티나, 미워!”

잉글랜드의 축구영웅 데이비드 베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아르헨티나’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98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비신사적 행위로 퇴장당해 결국 팀이 승부차기 끝에 패하는 빌미를 제공해 일약 ‘영웅’에서 ‘역적’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베컴에게 또다른 ‘아르헨티나 악몽’이 추가됐다.

11일 홈에서 열린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축구대회 8강전. 베컴이 전반 16분 아르헨티나 출신 상대팀 미드필더인 페드로 두스체르의 태클에 왼발 중족골(발목과 발가락 사이에 있는 뼈)이 부러지면서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 잉글랜드는 2002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스웨덴 등 막강한 팀들과 이른바 ‘죽음의 조’인 F조에 속해 있어 팀의 대들보인 베컴의 부상은 월드컵 전망에 깊은 먹구름을 드리운 일대 사건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감독은 “베컴의 왼발 중족골중 하나가 부러진 것으로 나타나 치료에 최소한 6∼8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월드컵 출전가능성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컴이 지난 4년간 자신의 ‘오점’을 떨쳐버리기 위해 쌓아온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의 통솔하에 대표팀 주장을 맡아 잉글랜드를 본선에 올려놓는 등 모든 열정을 쏟았는데 물거품이 된 것이다.

영국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월드컵 예선에서 독일을 5-1로 대파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리스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로스타임때 프리킥을 그림같은 슛으로 연결, 잉글랜드를 본선에 직행시킨 그에게 다시 한번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

베컴의 부상 소식을 전해들은 에릭손 감독은 “축구선수 경력의 최고봉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놓치게 될 지도 모를 베컴이 너무나 안쓰럽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영원한 라이벌’. 82년 포클랜드전쟁을 치른 숙적관계로 특히 전쟁에선 잉글랜드가 이겼지만 월드컵에선 줄곧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선 아르헨티나의 ‘축구천재’ 마라도나의 ‘신의손’ 해프닝에 1-2로 졌고 98프랑스월드컵 16강전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축구대표팀의 피레스에 이어 베컴의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졌고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메이커 베론과 코스타리카의 완초페도 부상으로 쓰러진 가운데 월드컵을 50여일 앞두고 각국 축구스타에게 ‘부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양종구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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