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연세대 의대 간암치료팀

  • 입력 2002년 4월 7일 17시 29분


“이 환자는 간문맥에 간암 혈전 때문에 수술보다는 동시 방사선 항암 요법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1층 로비 진단방사선과 판독실. 소화기 내과, 외과, 진단방사선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학과 교수와 전공의 등 30∼40명의 의사가 모인다. 이들은 연세대 의대 간암치료팀으로 한시간 동안 간암 환자의 치료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명확한 치료법을 정하지 못한 환자 10여명에 대한 치료방침을 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연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간암 환자만 1000여명. 간암 치료팀에는 특별히 팀장이 없다. 96년 내과 외과 등에서 연세간암연구회를 발족해 간암에 관련된 진단과 진료상의 문제점을 상의하는 등 정기 모임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팀이 만들어졌기 때문.

연세대 간암치료팀의 문영명 교수(60·내과주임)는 “환자에게 여러 과 교수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한 치료법이라고 알려주면 환자가 의료진을 더욱 신뢰한다”며 “간암치료법이 다양한 만큼 여러 과가 회의를 거쳐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팀엔 소화기 내과의 문영명 전재윤 한광협, 외과의 김병로 이우정 최진섭 김경식 김순일, 진단방사선과의 이종태 이도연 김명진, 방사선 종양학과의 성진실, 병리학교실의 박영년 교수가 참여한다. 특히 한 교수와 성 교수는 부부의사로서 최근,‘케모포트를 이용한 항암제 방사선 동시치료법’으로 말기 간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치료법을 선보였다. 이 시술법은 암 부위에 케모포트라는 미세관을 박아넣고 항암제를 투여한 다음 방사선을 쪼이고 나서 한 달에 한번씩 미세관을 통해 또 다른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

이종태 교수는 홀뮴과 키토산을 함유시킨 밀리칸 주를 이용한 조기 간암치료를 주로 한다. 이 교수는 “한때 모일간지에 주사 한 방으로 간암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잘못 알려졌지만 CT나 초음파를 사용해 주사바늘을 쉽게 찌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3㎝ 이하의 간암 덩어리를 없애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간암은 90% 이상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때문”이라며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조기에 발견된 간암 환자의 50% 이상은 수술 등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간암 덩어리 크기가 3㎝를 넘게 되면 치료가 힘들다”며 “초음파 검사를 통하면 70% 이상에서 3㎝ 이하의 간암 종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태아단백검사)에서 간암환자의 3명 중 한 명은 검사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전재윤 교수는 “국내에 만성 간염환자만 50만명, 간경변증 환자는 95만명,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는 300만명인데 정기 검사를 게을리 하다 간암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간암환자 중 오른쪽 위 배 부위에 통증이 오거나, 황달,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입에서 토하면서 나오는 출혈 등이 나타나면 이미 말기 상태”라고 말했다. 간암은 초기엔 증상이 없고 위암이나 대장암보다 서서히 자라는 것이 특징. 그러다가 갑자기 간 기능을 떨어뜨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므로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기도 한다.

간암환자는 병원에서 받는 치료 외에 영양에도 신경을 써 건강을 유지시킨다.

전 교수는 “간암환자 사이에 ‘빨간 고기를 먹으면 암이 빨리 자란다’는 속설을 믿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고기를 피하면 환자가 영양실조에 걸려 더 빨리 죽게 된다”고 말했다. 굼벵이 붕어즙 등이 고단백질이라 간암에 좋다는 말이 있지만 단백질 섭취는 쇠고기로도 충분하다고 전 교수는 언급했다.

전 교수는 “최근 간암에 좋다는 건강식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크게 도움을 주는 것은 없다”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골고루 포함된 음식을 제때 식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간암 치료법

간암 치료 중 간 절제술은 환자의 간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지 않고 암세포 덩어리가 간의 바깥쪽에 모여 있으면 가능하다. 간경변 등이 계속 진행돼 간기능이 급격히 떨어진 경우에는 간이식을 하는데 10년 후 재발율이 27%다.

암세포 덩어리가 1, 2개며 직경이 3㎝ 이하인 초기 암은 주사바늘을 찔러 약품이나 열로암세포를 파괴하는 국소치료법이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고주파 열치료, 홀뮴 방사선 주입술, 알코올 주입법 등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알코올 주입법은 치료비가 20여만원으로 싸지만 2주정도 입원해야하고 3, 4번 시술을 받아야 한다. 홀뮴 방사선 주입술 치료비는 50만∼100만원, 고주파 열 치료는 200만∼300만원 정도. 두가지 치료법 모두 하루 입원, 한 번 시술로 끝난다. 홀뮴 방사선 주입술은 고주파 열치료에 비해 치료비가 싸지만 생산, 구입 등에 한계가 있어 원할 때 시술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

입원환자의 70%는 진행된 암이기 때문에 수술 및 국소치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개 간동맥에 약을 주입, 혈관을 막아 간암을 파괴하는 간동맥 색전술이나 항암제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3차원 입체 방사선 치료 기기를 사용해 암부위를 집중치료함으로써 간암 주위 장기가 방사선 피해를 받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간치료 명의들

서울중앙병원은 간 치료에 있어 세브란스병원 간암치료팀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며 특히 간경변증의 치료와 간 이식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개인별로는 소화기 내과에서는 ‘막강 김정룡(金丁龍) 사단’ 소속의 서울대 출신 교수들과 연세대, 가톨릭대 출신 교수들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이효석 교수는 재작년 서울대에서 퇴임한 ‘간박사’ 김정룡 교수의 재직 시절 묵묵히 스승을 보좌하며 서울대 간연구소를 꾸려온 실력파. 역시 서울대의대 출신으로 김 교수의 제자인 이창홍 서동진 교수도 이 분야에서 스승 못지않게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외과의 이승규 교수는 간 이식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부분 간이식을 성공한 이후 국내 최초, 세계 최초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조재원 교수와 서울대병원의 서경석 교수는 이 교수에 이어 국내 간 수술의 수준을 유지할 차세대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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