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교통사고 1위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15분


동대구로와 달구벌대로를 연결하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시원하게 뚫린 교차로이지만 사고도 잦은 곳이다.

2000년에는 10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53명이 다쳤고 지난해는 98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올 들어서도 2월 말 현재 12건의 사고가 발생해 7명이 다쳤다. 사흘에 한 건 꼴로 경찰에 신고할 정도의 큰 사고가 나는 셈. 전국에서 사고발생 건수 1위인 지점으로 관할 수성경찰서는 2000년과 2001년 연속으로 이 곳을 교통사고 다발지점으로 지정했다.

현재 범어네거리에는 지하철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낮 시간엔 교통흐름이 느리고 사고 위험도 적다. 하지만 퇴근시간 이후에는 편도 4차로의 네거리를 통과하는 차량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다. 자정이 지나면 제한속도 70㎞인 이 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차량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린다.

지난해 1월 오전 2시반경 수성교에서 수성구청 쪽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해 지산오거리에서 법원으로 진행하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는 3중 충돌로 이어지면서 3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6월 오전 5시50분경에는 수성교 쪽에서 경산 방향으로 신호를 어기고 달리던 승용차가 법원 쪽으로 가던 6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범어네거리에는 이 같은 신호위반 사고가 대부분이다. 범어네거리는 교차로의 폭이 일반 교차로의 2배인 50m가량 된다. 이 때문에 교차로에서 황색 신호를 받고도 그대로 통과하는 나쁜 운전습관을 지닌 운전자는 녹색 신호를 보고 출발한 직각 방향의 진행 차량과 충돌하기 십상이다.

6월에 완공예정인 지하철공사도 위험요소. 교차로를 덮고있는 철제 복공판은 비가 올 경우 차량들이 미끄러지기 쉽다. 범어네거리 옆 교원공제회관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비가 오는 날 창밖을 20분가량 내다보면 급브레이크를 밟다가 미끄러져 회전하는 차량이 서너 대씩 있다”며 “운전자들이 너무 속도를 낸다”고 지적했다.

공사현장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차선이 변경이 잦은 점도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범어네거리를 지나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은 “언제 또 길이 이렇게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헷갈린다”며 “차로를 따라가는 데도 옆차가 내 차에 붙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들어 늘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은 교차로를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하고있는 택시기사 노남구(盧南九)씨는 “범어네거리는 교차로가 너무 길어 지나가기가 늘 부담스럽다”라며 “교차로 길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범어네거리의 경우 시설보완보다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중요하다는 것. 수성경찰서 서재옥(徐載玉) 교통사고조사계장은 “지하철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제외하면 범어네거리에 교통안전시설을 보강할 부분은 거의 없다”며 “앞차의 꼬리를 물고 가다 신호위반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대구지부 안전시설과 박종규(朴鍾圭)씨도 “범어네거리를 집중관리하고 있지만 교차로 길이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고를 줄이는 근본 대책은 시설보완보다는 무리한 운전을 삼가는 운전자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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