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버스 정류장서 제대로 서야"

  • 입력 2002년 2월 26일 18시 00분


어느새 김치덮밥과 불고기가 입맛에 딱 맞아버린 스페인인 산티아고 라모스(32).

지난해부터 스페인계 다국적 제약회사 ‘웨펜 메디칼 일’의 한국지부 회계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라모스씨는 여느 스페인인과 다름없는 축구광이다. 매주 일요일 국내 외국인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한강시민공원 등지에서 서초경찰서 축구동호회 등과 시합을 벌인다.

“월드컵 때 스페인 대표팀의 경기가 광주와 전북 전주, 대전 등 세 곳에서 벌어지는데 일 때문에 다 보러 갈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워요. 대전의 한 경기라도 가서 열심히 응원해야죠.”

☞ 월드컵 이것만은 연재보기

94년 한국에 처음 와 주한 스페인대사관에서 1년간 근무한 적도 있는 그는 마늘과 고추가 들어간 한국음식에 아주 익숙하다.

“스페인 음식에도 마늘과 고추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과 스페인사람은 정열적인 것이 비슷합니다.”

2년이 채 안된 한국 생활이지만 라모스씨는 언어 소통 문제를 제외하면 불편한 점이 거의 없다고 한다. 월드컵 때 찾아올 스페인 관광객들도 한국의 음식뿐만 아니라 교통이나 숙박시설을 수준급으로 평가할 거라고 했다.

다만 아직도 라모스씨는 버스 타기가 겁난다. 정류장에 제대로 멈추는 버스는 본 적이 없고 다 타거나 내리지도 않았는데 출발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월드컵 기간에 몰려올 스페인 관광객들에게 역동적인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좀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는 단 2시간이지만 관광은 며칠씩 걸리거든요. 특히 스페인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참여해 몸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을 좋아하죠. 오페라 관람보다는 남대문시장 구경을 훨씬 더 좋아할 겁니다.”

월드컵마다 강호로 꼽히면서도 정작 성적은 나빴던 스페인팀이 이번에는 꼭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라모스씨는 “파이팅!” 하고 불끈 쥔 주먹을 쳐들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