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귀향길=투자길' 돈될 땅 찍어 두세요

  • 입력 2002년 2월 7일 17시 38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우리 고향도 땅값이 오르지 않을까요.”

“형님 댁 주변에 그린벨트가 풀린다면서요, 어디 사둘 만한 땅 없나요?”

이번 설 고향을 찾으면 이런 대화가 오고감 직하다. 그린벨트 해제에다 고속도로 개통, 고속철도 건설 등이 맞물려 해당 지역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지방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학환 박사는 “고향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지역의 구체적인 개발 현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유망지역을 예상해두고 고향 친지에게 지역 정보를 귀동냥하는 것도 좋다.

▽철도와 도로, 지방 부동산을 띄운다〓2001년 말 전국 6개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2004년 개통 예정인 고속철도는 교통혁명으로 불린다. 지방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부풀고 있다.

영조주택 장영일 사장은 “고속도로와 철도가 뚫리면 우선 인터체인지 주변과 역사 주변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도 역세권에서는 역사에서 가까울수록 유망지역이 된다. 고속철도 역사에서 800m 이내 땅이면 역세권의 혜택을 누릴 만하다. 300m 이내면 상업지, 500m 이내는 주거지로 좋다. 천안역사 주변에서는 솔월마을 안강골이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다.

고속도로의 경우 인터체인지와 바로 붙어 있으면 개발하기 어렵다. 적어도 인터체인지에서 500m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건국컨설팅 유종률 사장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도시 중심 방향으로 0.5∼1㎞ 남짓 떨어진 곳이 유망지역”이라고 말했다.

중앙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경북 안동과 의성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안동시에 따르면 상반기 3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주로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인터체인지 주변에 들어선다. 남안동 인터체인지에서 안동 중심지로 가는 길목이 유망지인 셈이다.

제천도 중앙고속도로 덕분에 교통여건이 좋아졌다. 제천 일대는 그동안 수요가 없어 땅 값이 매우 낮다. 충주호 상류 지역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도로가 뚫리면 관광지가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안면도 태안반도 변산반도 대천 주변이 고향이라면 이번 설에 고향에서 땅 투자를 친지들과 의논해볼 만하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주변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강원도가 고향이라면 영동고속도로 덕분에 교통이 좋아진 관광지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강릉이나 속초에서 땅값 상승을 기대할 곳은 경포 속초 등 해수욕장 주변. 용평 보광 성우 등 스키장 주변도 영동고속도로 확장 개통 효과를 누리는 곳이다. 평창군 도암면 용평스키장 주변은 이미 땅값이 오름세다. 장평면 흥정계곡, 봉평면 금당계곡 주변도 관심지역이다.

목포권에서는 대불공단을 끼고 있는 영암군 삼호면, 새 도청이 들어설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등이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효과가 기대되는 곳이다.

▽그린벨트 투자 신중해야〓작년 이후 해제된 지방 그린벨트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13개 집단취락지역과 춘천 등 3개 중소도시. 건설교통부는 집단취락지역 665곳과 여수 등 4개 도시도 추가 해제할 방침이다.

그린벨트가 풀린다고 해서 당장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녹지 보존녹지 생산녹지로 지정해 건축 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자연녹지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연립주택과 음식점 세탁소 등 1, 2종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다. 반면 보존녹지로 다시 묶이면 종전과 비교해 별다른 혜택이 없다.

그린벨트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경계선을 확정짓기 전에 땅을 샀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입지별 개발 가능성도 천차만별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집단취락지역의 경우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재정비계획을 수립하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확정된 지역이라면 도심 출퇴근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집단취락지역의 경우 업무중심지로 향하는 도로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실제로 작년 말 도시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춘천의 경우 외곽도로와 얼마나 인접해 있는지에 따라 값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게 형성됐다. 사농동 약사공인 이도현 사장은 “도로 진입이 편리한 곳은 평당 40만∼50만원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20만원이면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건축제한만 풀리는지, 지자체나 민간 주도의 개발 가능성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해제된 부산 강서구의 경우 김해공항과 가까워 ‘해제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저2동 금호공인 강중일 사장은 “물류창고 용지로나 쓸만할 뿐 소음이 심해 주거지로 개발되기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세가 공시지가에도 못 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외지인이 논이나 밭을 살 때는 매입 면적이 303평 이상이어야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그린홈넷 정훈록 이사는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도심으로 향하는 중심 도로변이 가장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고기정기자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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