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컴퓨터게임의 이해' 최유찬 교수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02분


8년전 어느날, 사적인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던 한 40대 교수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선택한 것은 컴퓨터 게임. 게임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우연히 접한 게임 ‘삼국지 Ⅱ’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는 하루종일 게임에 매달리는 그에게 “나이 든 사람이 일은 안하고 오락만 하느냐”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하지만 자리에 누워서도 그의 머리 속에는 유비 조조 등이 중원을 달리는 장면이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컴퓨터 게임의 이해’(문화과학사)를 펴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최유찬 교수(51)는 ‘게임 예찬론자’다. 요즘도 가끔씩 제자들과 젊은이들이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PC방을 둘러볼 정도.

이 책은 컴퓨터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탈피해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저자는 게임이 ‘형상’을 갖는 예술이며 여러 게이머들이 함께 ‘언어소통’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컴퓨터 게임은 놀면서 사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머리로 충분히 이해한 뒤에야 손가락을 움직이지만 젊은이들은 보는 즉시 반응합니다. 차세대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신세대들이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면 할수록 미래는 게임이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문학도 컴퓨터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의 매력은 고정된 틀이 없다는 것. 가상의 공간에서 스스로 서사구조를 만들 수 있고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다. 반복해서 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적 흐름을 기억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일부 선정적이고 유혈이 낭자한 게임에 대해서도 “극히 일부일 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잡설’로 불리던 소설이 지금 문학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듯 게임 역시 차세대 문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게임 산업을 장려하고 부모는 아이들 공부에 지장이 된다며 게임을 못하게 막는 모순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세계는 문화 창조 형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그가 요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게임 개발이다. 그는 일본이 제작한 ‘삼국지Ⅷ’를 예로 들었다. 적군을 잡으면 무조건 풀어줘야 하고 만약 죽였을 경우 적군 첩자가 끊임없이 쫓아오는 일본의 복수 윤리를 보여주기 때문. 젊은이들이 이런 게임을 접하면서 그릇된 세계관에 빠질 것을 그는 우려했다.

게임 마니아가 되면서 신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융통성이 생겼다는 최교수. 그는 “정부 차원에서 게임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박물관, 도서관, 인적 인프라를 구성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그동안 성공했던 컴퓨터 게임들의 시나리오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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