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다보스포럼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09분


세계화에 반대하는 비정부기구(NGO)들의 단골 시위표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에 세계경제포럼이 있다. 매년 1월 말 스위스의 스키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려 일명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이 회의가 올해는 미국 뉴욕에서 이달 31일 개막된다. ‘9·11테러’의 현장인 뉴욕으로 장소를 바꾼 것은 반(反)테러 의지를 천명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나 실은 스위스 정부가 경호 비용 분담 등에 난색을 나타내자 개최지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년 회의는 다시 다보스에서 열린다고 주최 측은 서둘러 발표했다. 사연인즉 다보스지역의 장사가 엉망이 되자 이 지역 업자들이 회의를 다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인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마침내 순수 민간회의인 이 포럼에 700만달러의 경비를 돕고 반(反)세계화단체와의 대화를 위한 기금조성에도 약 5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의에는 전 세계의 정치인, 대기업 회장, 미디어 대표 등 거물급 인사 수천명이 일주일가량 참석하는데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부처 장관이나 대기업 회장들이 더러 참석한다.

▷거물들이 해마다 1만3000달러의 회비와 2만달러의 참가비를 내고 한데 모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세계 경제 리더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주제와 강의 내용이 알차기 때문일 게다. 그야말로 고급 정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회의장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 이외에는 토론 내용을 들을 수 없다. 이 회의를 만들어 31년째 운영해온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일년에 한번 사람들을 모아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이다. 이른바 ‘국제회의산업’의 독보적인 존재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영리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반(反)세계화단체들의 시위가 위협적이다. 이들 단체는 다보스포럼에 대항해 세계사회포럼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미래공유를 위한 비전:불안한 시대의 지도자 능력(리더십)’이다. 지난해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각국의 지도자들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으니 적절한 선택인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도 초청을 받아 당초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불참키로 최종 결정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김 대통령은 안 가더라도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도력 배양법’이 궁금한 대선 주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