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인해/지금이 '금강산지원'할 땐가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2분


적어도 김대중 정부의 임기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중단불가 의지가 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피 입장 역시 변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금강산 사업 활성화를 위한 관광경비와 운영경비 지원, 그리고 현지 면세점 설치 등의 지원방안은 국민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포용정책을 통한 화해와 협력방안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독단적 지원책 위험▼

먼저,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 추진에 따른 금강산 관광사업이 갖는 상징성에 따라 ‘평화 사업’이라는 명분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완전히 뒤엎은 결정으로 다른 대북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관광공사의 지원으로 현대아산에 대한 간접지원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특정 민간기업 지원이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지켜왔던 원칙을 임기 말에 파기하게 된다면 오히려 햇볕정책의 실패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현대아산은 북측과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채산성을 외면한 채 섣부른 관광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금난 심화를 초래했다. 이후 관광객 감소와 북측과의 관광활성화 협상이 지연됨으로써 이 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북측의 대가 요구를 상수로 놓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향후 채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을 활용한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는 관광활성화가 될 수 없다.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으로 북측과의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약속한 바 있는 관광특구 지정이나 육로관광 허용은 북한 군부의 반대 등을 감안할 때 조기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남북한 관계 개선을 지나치게 낙관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에게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에도 마치 관광활성화가 되어 남북한 교류가 원활하게 될 것으로 인식시키려 한다면 또 다시 허망함을 느끼게 할 뿐이다.

북측이 4월 말에서 6월까지만 육로관광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남측의 월드컵 개최시기에 맞추어 평양에서 아리랑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선전효과 확대와 외화 벌이를 꾀하려는 목적이다. 중국인들을 포함해서 남측 관광객들에게 10만명이 동원되는 아리랑 축제를 참관하게 하려는 의도여서 6월 이후 육로관광의 지속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추어 김 위원장의 환갑 직후 전 주한 미 대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을 북한으로 초청해 놓고 있다. 소위 맞불 작전을 구사하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정부는 이제까지 추진해온 대북 정책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다음 정권에 그 임무를 넘겨야 한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다면 소강상태 유지도 적절한 대북 정책일 수 있다. 소강상태가 곧 햇볕정책의 실패라는 인식도 바꾸어야 한다. 어느 당이 다음 정권을 차지하든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 김 위원장도 남북 관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아산과 북측간에 어떤 이면약속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관광특구 설치 동의라도 정식으로 받은 후에 국회의 동의를 구해서 남북교류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야당의 대북 사업에 대한 사전 승인권과 국정감사 추진 의지는 다음 정권에서 있을 수 있는 대북 사업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그럴 경우의 폐단과 질책을 염려한다면 거국적인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지원책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대북정책 조용히 마무리를▼

이번의 지원방안이 단지 응급조치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여론 수렴을 통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북측과의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갖는 상징성을 보존하면서도 채산성을 맞추려는 남북 간의 상호노력이 절실하다. 그것은 북한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임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대북 퍼주기’를 일방적으로 ‘평화 퍼오기’로 오인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책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는 새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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