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집값, 선거보다 경기에 민감"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55분



1990년대 이후 각종 선거는 집값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보다는 수급상황과 경기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선거를 치르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집값, 선거에 영향 받지 않았다〓14대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른 92년엔 선거 전후에 집 값이 오히려 떨어졌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92년은 20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일산 분당 등 5개 신도시에 아파트가 쏟아지기 시작하던 시기”라며 “이 때문에 선거와 관계없이 집값이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은 92년 28만2933가구에서 93년 33만2421가구로 늘어났다. 93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당가는 558만원으로 최저점에 이른 후 반등세를 이어갔다.

95년 6월 지자체선거도 집값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선거철 가격 변화가 거의 없었다.

96년 15대 총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96년 초 신도시 입주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입주 및 공급 물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선거 이후 96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선거를 앞둔 96년 상반기에는 가격 오름 폭이 작았다. 선거를 앞두고 풀린 자금이나 선거 기대심리가 집값에 미친 영향이 작았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후 경기가 주요 변수〓97년 11월 서울 아파트 평당가는 718만원으로 90년대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집값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12월 대선은 집값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98년 6월 지자체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4월 16대 총선 전후 집값 변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2000년 초 외환위기의 그늘을 벗어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회복과 선거가 맞물려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0월부터 집값은 떨어졌다.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았고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는 성급한 우려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회복과 수급 살펴야〓유니에셋 오석건 전무는 “올해 집값이 오를 요인은 많지만 선거 자체로는 집값을 부추기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 경제 전체의 회복 여부를 살펴야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이 집값 상승의 신호인 셈이다. 수급 상황도 집값 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택지난과 입주 물량 감소는 집값을 부추길 요소로 꼽힌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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