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성경륭/취업난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연말이 돼도 젊은이들의 마음은 전혀 편치가 않다. 졸업과 함께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11월말 현재 20대의 실업률은 7.1%로 전체 실업률 3.2%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대 중에서도 대졸자의 취업난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조사 결과를 보면 4년제 대학 취업희망자 4명 중 3명이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대졸 취업난은 일시적 현상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교육개발원은 2002년 현재 34만명 정도인 대졸자가 2004년에 가면 56만명까지 증가하여 대졸자 노동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높은 대학 진학률이 지속되면서 대졸 취업예비군이 2007년까지 계속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취업난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동시장의 수요 요인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97년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규 대졸자보다는 경력자를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그 비율은 25 대 75까지 증가했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 변동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응하여 전세계 기업들은 산업시대에 ‘고정비용’으로 인식했던 노동비용을 ‘가변비용’으로 바꾸는 유연화 정책을 사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의 종말’, 종신 고용의 해체 등 온갖 혁명적 변화가 발생하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대졸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산업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피터 드러커의 예측에 주목해 정부와 대학은 학생들을 지식전문가로 교육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 외에 자신만의 독특성과 차별성을 계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경제 변동과 기술 변동에 대해 개방적 안목을 갖지 못하면 전문성과 차별성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허사로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경륭 객원 논설위원(한림대 교수·정치학)krseong@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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