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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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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중국에서도 동지를 태양이 새로 움직이는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다고 한다. 이는 주나라가 통치 800여년 동안 동짓날을 설날로 삼았다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주나라 이후에도 동지 전날 밤을 동야(冬夜)라 하여 절마다 불공을 크게 드렸다고 하니 서양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따로 없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우리 또한 설 못지않은 명절로 쳤던 것 같다. 동국세시기에도 동지를 아세(亞歲), 즉 ‘작은 설’로 표기한 대목이 나온다. 요즘은 점차 사라지는 풍습이지만 동짓날 팥죽을 먹고 한 살 더 먹었다고 한 것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어떻게 한 해의 흐름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을까. 기록에 보면 세종대왕 때 ‘규표’라는 도구를 만들어 그림자 길이를 재 절기를 환산했다고 한다. 동짓날 관상감에서 지금의 달력과 비슷한 ‘역서’를 만들어 나눠준 것도 이때부터다. 달과 날, 절기뿐만 아니라 일식과 월식, 만조와 간조시간까지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니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나라님 어보까지 찍힌 이 역서를 귀하게 여겼기에 약삭빠른 아전들은 몇 개씩 감춰 놓았다가 ‘싹수’가 보이는 양반 자제에게 슬쩍 건네주곤 했다. 일종의 뇌물이었던 셈이다.
▷요즘은 국립천문대가 동짓날을 지정한다. 미국제트추진연구소가 측정한 태양계 행성위치계산표를 토대로 해마다 24절기를 계산해낸다. 동짓날엔 태양이 남회귀선까지 내려간다. 따라서 북반구에서는 밤이 가장 길지만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긴 하지가 된다. 내일이 바로 동지다. 옛 사람의 믿음처럼 풀 죽은 우리 사회에 다시 생기가 살아나는 날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화경논설위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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