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압구정동 미꾸라지 "판세 읽되 섬세하게"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39분


선물시장에는 시장을 뒤흔드는 재야고수가 몇 명 있다. ‘압구정동 미꾸라지’와 ‘스트롱거(Stronger)’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스토롱거는 과거 선물로만 600억원을 벌었다가 은퇴한 뒤 최근 모증권사에서 투자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목포 세발낙지’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칩거 상태.

시장에서는 이 가운데 압구정동 미꾸라지를 최고수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딜러로는 ‘할아버지’에 속하는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재산을 모은 투자의 달인이다.

미꾸라지는 “딜러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공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구슬치기 딱지치기로 동네를 휩쓸어 집에 구슬 1000개, 딱지 1만5000장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딜러가 되기 위한 기준으로 기본적으로 상경대학 출신에 △당구 300 이상 △바둑 3급 이상 △포커 승률 70%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선물은 이익과 손실범위를 정해놓고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러한 섬세하고 꼼꼼한 태도는 당구를 통해 배웠다고 한다. 당구공을 모아가며 치려면 300 이상 실력이 돼야 하는데 승부사에겐 이 정도의 섬세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는 현재 500 수준이다.

바둑은 전체적인 판세를 읽는 데 중요하다. 선물은 개별종목이 아니라 코스피 200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대세상승기에 있는지, 아니면 일시적 상승세일 뿐인지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포커를 통해서는 잃을 때 조금 잃고, 벌 때 크게 버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 거래를 할지, 얼마를 걸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승패의 관건.

그도 작년에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똑같이 움직일 때는 아주 고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선물매도 포지션을 잡아놨는데 밤새 미국 증시가 폭등하고 다음날 국내 주가도 폭등해 큰 손해를 본 적이 많았던 것.

당시 미꾸라지는 미국 증시를 살펴보기 위해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어졌던 투자수익률 곡선이 꺾어지기 시작하면 조용히 은퇴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수백억원의 선물을 사고 팔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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