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강형석/국가이미지 홍보도 생존전략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7시 35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와 가장 가난한 나라의 싸움이다. 항공모함과 최첨단 폭격기에 소총이 맞서는, 군사적으로는 도저히 적수가 될 수 없는 게임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은 군사작전 못지 않게 국제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심리전선을 동시에 구축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일제히 홍보전에 나섰고 국방부는 ‘전쟁홍보’를 위해 민간 광고회사를 동원했는가 하면 국무부는 저명한 광고회사 경영자를 전쟁홍보 담당 국무차관으로 영입하는 등 홍보캠페인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대외홍보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과거 70, 80년대 해외홍보는 군사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희석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민간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 같은 정권홍보의 기본적인 패턴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해외홍보조직이 크게 위축되는 등 ‘해외홍보 둔감증’이 심화되어 왔다.

우리가 해외홍보를 게을리 해오는 동안 우리의 이미지는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빈곤-군사정권-권위주의-학생데모’에서 근래에는 ‘과다규제-강성노조-중저가 제품-교통문화 부재-무례한 졸부 행태’ 등으로 바뀌었을 뿐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해외홍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유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글로벌시대의 해외홍보는 단순히 우리의 모습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 속에서 나라의 생존과 존엄, 번영을 지켜나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국가 이미지 정립 문제다. 세계 12위권의 경제·통상국가 위상에 걸맞은 이미지 정립이 우리 국가홍보전략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역동적인 나라’, ‘21세기 동북아 중심의 강소국’ 등 우리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미지 재창출이 시급하다. 한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4대국이 교차하는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식의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으로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민관이 공동보조로 국가 이미지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공동전략 없이 산발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왔으나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보조를 취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항공사 경쟁력이 세계1위로 평가받고 있는 싱가포르항공이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과 동일시되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한 나라의 기업브랜드가 그 나라의 이미지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민관 합동홍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고질적인 ‘국내중시, 해외경시’ 풍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 형 석(투웨이 엑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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