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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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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글리벡은 만성골수구(球) 백혈병 환자들에겐 ‘기적의 신약’으로 불린다. 인터페론 치료에도 차도가 없는 환자들에게 글리벡을 투여한 결과 90% 이상이 호전됐다는 사실에서 약효가 입증된다. 문제는 지난달 19일 복지부가 이 약의 정부고시가를 캡슐당 1만7862원으로 고시하고 이튿날 노바티스사가 당초 제시했던 2만5000원에서 물러설 수 없다며 복지부 안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양쪽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통에 애가 타는 쪽은 환자들뿐이다. 복지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 노바티스사가 의료기관에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약을 구하느라 소동을 빚기까지 했다니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짐작할 만하다.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노바티스사는 당분간 글리벡을 무상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시방편인 데다 약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제한돼 다수 환자들은 돈이 있어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노바티스사는 다른 나라보다 약을 싸게 팔면 한국에 암시장이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약값을 비싸게 매기면 가뜩이나 취약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나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는 안중에 없는 것 같아 모양이 좋지 않다. 다른 것도 아닌 소중한 생명이 걸린 문제다. 그렇다면 협상을 하더라도 일단 환자들이 약을 마음대로 구할 수 있게 해놓은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니까 환자의 고통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노바티스사는 ‘우선 고시가격으로 공급한 뒤 다른 나라가 값을 결정하면 이를 토대로 다시 가격을 검토하자’는 복지부의 제안을 거부만 할 것은 아니다. 복지부도 당장 고시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 글리벡 보험급여대상을 넓히는 등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느 경우든 환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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