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여성]한국투신 박미경 마포지점장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43분


“예전에 다른 회사의 상품에 가입했지만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어. 당신을 믿어볼테니 좋은 상품 추천해봐.”

“사모님은 연세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품을 고려해 보세요.”

박미경(朴美璟) 한국투자신탁증권 마포지점장(43·사진)은 4일 오후 4시반경 서울 마포 홀리데인서울호텔 안에 있는 지점 창구에서 다른 직원처럼 한 60대 여성고객을 어머니처럼 대하며 상담하고 있었다.

상담을 끝낸 박지점장에게 “한 고객과 20분 이상 상담하느냐”고 묻자 그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1시간의 상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지점장은 창구를 찾는 개인 고객에게 돈을 맡기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고객의 성향에 맞는 자산관리방법과 관련 상품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어느 고객에게나 믿음을 주는 영업으로 마포지점은 직원 수 10명의 작은 점포이지만 한국투신증권에서 최우수지점으로 꼽힌다. 작년 4월 한국투신 설립 26년만에 그가 첫 여성 지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마포지점의 수신고는 340억원이었으나 4일 현재 12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박지점장은 서울여상 졸업 후 1977년 한국투신에 입사한 뒤 사내에서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독차지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국투신에서 여성 최초로 대리, 과장, 차장, 지점장에 임명됐고 승진 등을 위한 각종 시험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선배 지점장과 담판을 벌인 적이 있을 정도로 영업현장은 치열하다”며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지점장은 1년내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10년 가량 홍보업무를 맡다 지점장 발령을 받았을 때만해도 주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영업을 하면서도 여성 특성상 술 골프 등 통속적인 접대를 못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대학을 다녀 회계학과를 졸업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는 영업상 핸디캡을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하기, 편지쓰기, 경조사 챙기기 등으로 이겨내고 있다.

한국투신 홍보실장을 지낸 김법인 교보투신운용 상무는 “박지점장은 겸손한데다 상황판단력과 적응력이 좋고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해 짧은 기간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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