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카드사 '신용 먹칠'…동의없이 결제기관 바꿔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34분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고객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또는 유선전화요금 등의 결제기관을 바꾸는 일이 적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카드사가 고객이 가입 때 제공한 신용정보를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고객들은 물질적 피해는 없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서모씨(30·충북 청원군)는 최근 A신용카드사의 카드대금 영수증을 받고 어리둥절해졌다. 농협에서 자동이체되던 휴대전화요금이 카드를 통해 청구됐기 때문.

서씨는 “이동통신업체에 확인해보니 카드사가 ‘결제금융기관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카드에 가입할 때 쓴 휴대전화번호를 보고 카드사가 맘대로 결제방법을 바꿔도 되는 거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장모씨(31·여·서울 양천구 목동)가 올 8월 재가입한 B카드사도 장씨의 허락 없이 유선전화 요금결제 기관을 옮겨놓았다. 장씨는 “가입 당시부터 전화요금을 카드결제하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며 “카드사에 항의했더니 통신회사에서 바꿔놓은 것이라며 발뺌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매출을 늘리고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서다. 카드사들은 작년부터 사용료의 일부를 할인하거나 현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A카드사 마케팅담당자는 “계약직인 텔레마케터들은 카드결제 회원모집 실적에 따라 월급의 20∼30%를 성과급으로 받는다”며 “텔레마케터 1명이 바꾼 카드결제 중 한달 평균 2∼5명의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통신회사도 은행보다 카드사를 선호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자동이체수수료는 은행이 건당 약 120원, 카드사가 전화요금의 1.5%로 카드사가 더 비쌀 수 있지만 카드사는 요금연체가 생겨도 일단 요금을 대납한 후 연체자를 직접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가 보내온 정보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회사는 카드사가 결제계좌변경을 요청해오면 고객에게 별도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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