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Post 홍명보를 생각하자

  • 입력 2001년 11월 25일 20시 02분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때 많은 지도자들은 Best 11을 선정할 때 열명의 선수만 선택하면 되었다. 왜냐면 한자리는 언제나 홍명보 선수의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몇년간 '국가대표=홍명보'라는 공식은 모든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와 축구팬, 언론들에게 한치의 의심도 해선 안되는 '진리'였다. 홍명보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빠지는 경우는 오로지 부득이한 경우-부상, 소속팀 사정, A-매치 출전제한 등등 - 뿐이었다.

그러나 이 공식이 2001년에 들어와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국가대표 부동의 스위퍼, 수비진의 핵심이자 그를 위주로, 그를 위한 수비진을 짜고, 그리고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홍명보 선수의 위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나이로 인한 체력 저하와 그가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인 스위퍼 시스템 자체가 축구계에서 조금씩 옛날 전술로 인식받으면서 수비수에게도 빠른 스피드와 체력을 요구하는 현대 축구의 경향 변화 등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말이다.

솔직히 난 비교적 일찍부터 '홍명보 회의론자'들 중에 하나였다. 이래도 홍명보, 저래도 홍명보. 근 10여년동안 홍명보에게 목을 매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홍명보에게 매달릴 생각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홍명보 선수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정말로 존경해 마지않는 선수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홍명보 선수에게 매달리다 보면 그 다음은 어쩌란 말인가? 홍명보 선수가 앞으로 50년동안 한국 수비를 이끌어 준다면 좋겠지만 홍명보 선수가 은퇴하면? 수비는 누가 이끈단 말인가? 다음 세대의 수비수가 나올 때까지 그 기간동안 한국팀의 수비는 누가 맡으란 말인가?

모든 일에서 한명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당장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독일은 세계 최고의 리베로라는 마테우스를 가지고 있었다. 독일 축구로서는 정말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 마흔이 다 될때까지 마테우스에게만 의존하던 독일 축구는 어떻게 되었던가? '전차가 녹슬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극심한 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어찌보면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당장 홍명보 선수가 뛸때와 홍명보 선수가 뛰지 않을때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선수 나머지 열명의 심리변화는 TV를 통해 보더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홍명보 선수가 뛸 때는 '명보형이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다가도, 홍명보 선수가 뛰지 않을 때는 '명보형도 없는데' 이러면서 스스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주곤 했었다.

그런 면에서 국가대표팀에서의 송종국 선수의 중앙수비수 변신 실험이나 조성환 같은 좋은 재목들의 등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치며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는 정말 안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홍명보 선수도 은퇴할 것이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할 텐데,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하는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밑에서 홍명보 선수에 필적할 만한 선수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면 홍명보 선수를 수비에만 묶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장점인 경기 장악력이나 넓은 시야를 이용할 수 있는 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이 국가대표팀에 더욱 더 보탬이 되는 일일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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