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여성]IMM창업투자 서정모부장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53분


“서정모 부장님이 누구시죠?”

“전데요.”

“예?”

누구든 IMM창업투자 투자팀 서정모(28·사진) 부장을 처음 보는 사람은 크게 한번 놀라기 마련이다.

남자같은 이름에 ‘부장님’이라는 직책. 배도 적당히 나오고 머리도 약간 벗겨진 중후한 40대 신사를 연상케 하지만 그 ‘부장님’은 놀랍게도 앳된 외모의 20대 여성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91학번인 서 부장은 99년 IMM창업투자에 입사했다. 입사 전 홍콩의 투자은행 2곳에서 2년반 가량 근무한 경력이 인정돼 차장으로 입사했고 올해 5월 부장으로 승진해 말 그대로 ‘초고속 승진’ 중이다. 맡은 일은 벤처기업의 특성을 분석하고 투자 여부와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벤처 분석가.

“98년 홍콩에서 근무할 때 한국 벤처업계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당시 우리 벤처업계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新)개척지였죠. 아직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능성만은 무한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벤처업계는 새로운 기술이 항상 쏟아지는 곳이어서 분석가 역시 기술에 대한 방대하고 해박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서 부장이 꼽는 벤처 분석가 최고의 덕목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은근과 끈기’다.

“증권사의 기업 분석가는 그 기업의 주가로 판단을 받죠. 하루만에 승부가 나기도 하고 길어도 몇 개월이면 분석의 적중 여부가 판가름납니다. 그러나 벤처 분석가는 다르죠. 회사가 성장해 코스닥에 등록하기까지 3∼5년 정도 걸립니다. 그 동안 회사 경영의 여러 측면을 계속 살펴야 하고, 또 필요하다면 추가 투자도 해야 합니다. 절대 조급해서는 안되죠.”

“곧 ‘이사님’ 되겠어”라는 친구들의 놀림이 아니더라도 서 부장 역시 ‘부장’이라는 직책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30대 대리나 과장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친해지는 즉시 상대방을 “오빠”라고 부르며 스스로 부장이라는 직책을 떨쳐낸다. 역시 그에게 중요한 것은 부장이라는 직책보다 실력 있는 벤처 분석가라는 평가일 뿐이다.

“벤처에 투자결정을 내리고 그 회사를 돕는 것은 어린 아기를 돌보며 키우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회사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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