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차장의 '린치' 사실인가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5분


국가정보원의 김은성(金銀星) 2차장이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을 폭행했다는 일부 보도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김 차장은 가뜩이나 중앙정보부 근무 시절부터 정보부 직원이었던 김 전 회장과 잘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진승현 게이트로 소란할 당시에도 두 김씨의 접촉이 보도되어 의혹을 빚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김 차장이 올 2월 하순께 부하들과 함께 호텔 방에서 김 전 회장을 폭행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져 의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 차장은 이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 공보관실을 통해 보도가 사실무근이며, 김 전 회장과 관련된 문제로 부하를 동원하여 폭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은 폭행사건에 대해 감찰이 진행되었으나 그것이 덮여지고 감찰실 간부가 좌천되었다는 보도에 대해 ‘정기인사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김 차장의 해명이 사실 그대로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체면을 떨어뜨리는 일이요, 국정원의 이름을 더럽히는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반대로 터무니없는 오보라면 그 또한 문제다.

그처럼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정부와 국정원은 한 점 의혹 없이, 전후 사정을 소상하게 밝혀 국민적 의혹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고, 명예를 되찾아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신건(辛建) 국정원장이 일부 보도와 ‘김 차장의 해명’을 깊이 파헤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가려내 신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국정원을 위해서라도, 보도가 나오고 야당이 성명서를 내 문제삼는 마당에 진실 규명을 피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 차장은 현직 신분으로 ‘진승현 게이트’의 와중에 김 전 회장을 만난 사실만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그런 만남이 적절하고 적법한 처신인지 궁금해 한다. 김 차장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때문에 경고 차원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공교로운 시점에 세간의 눈총을 무릅쓰고 만날 이유가 어디 있었는지, 국정원 차장의 직책과 업무에 걸맞은 행위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렵다. 또 국정원이 ‘폭행 여부’를 내부적으로 감찰했는지 안 했는지, 했다면 결론이 무엇이었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번 보도와 의혹을 깨끗이 소명하는 일은 정부의 신뢰, 국정원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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