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프랑스의 무리수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7시 47분


우리나라 대표팀이 잇따른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유럽에서도 관심이 가는 평가 경기들이 많이 잡혀 있습니다. 일단,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가 그렇고, 비록 월드컵에서는 탈락했지만 여전히 유럽의 강호임에는 분명한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유럽지역 월드컵 본선 마지막 티켓을 결정지을 중요한 플레이오프 일전도 있고요. 하지만, 저의 관심을 끄는 경기는 따로 있는데요…

얼마 전, 11월 1일이던가요? 프랑스 축구협회의 뚝심이 클럽 팀들의 센 콧대를 누르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다들 알고 계시겠죠?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선수 차출(외국에서 뛰는)에도 영향을 미친 사건이니까요. 즉, 한국, 일본, 프랑스 등 예선을 거치지않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국가들의 A매치 선수 차출 한도를 연간 5경기에서 8경기로 확대한 FIFA의 방침이 재확인 된 것이었는데요(사실, 월드컵 자동 출전국의 A매치 선수차출한도 상향 조정안은 당초 내년 1월1일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FIFA와 선수자격위원회는 11월 11일에 벌어질 호주-프랑스의 친선경기부터 앞당겨 적용하게 된거죠), 뭐 우리나라야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좋은 결과가 나온 셈이죠.

사실, 이번 사태는 선수 대부분이 올해 A매치 출전한도를 넘긴 상태에서 프랑스와 호주가 유럽 클럽들과 UEFA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호화 멤버를 동원한 친선경기를 강행하면서 비롯된거죠. 하도 이 문제 가지고 시끄러워지니까(UEFA와 FIFA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었으니까요. 사실 UEFA는, 챔피언스 리그 등이 재정의 근본적인 기반이니만큼, 클럽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UEFA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걸 경계하는 FIFA로서는 요거이 기회다 싶어가지고 프랑스의 편을 들어준 건지도 모르죠), FIFA도 이 문제에 개입해 지난달 말 프랑스에 유럽 클럽에서 팀 당 한 명만 차출하도록 권고했으나, 프랑스 축구협회의 뚝심에 밀려서 손을 들었고 결국 이를 승인해준 꼴이 되었는데요…

결국 아스날 감독인 웽거의 엄청난 비판(또 바이에른 뮌헨과의 형평성 문제. 즉, 일본에서 열리는 남미-유럽 최강팀 대결인 도요타컵에 참가할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대표선수 리자라주와 사뇰은 제외해줬죠. 잇따른 원정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요)과, 유럽 각 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호제 르메흐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내었고, 선수들은 시키니까 그냥 불만 없이 불려가게 되었고… 하여간 말이 많은 친선 경기입니다.

일단, 명단을 살펴보면,

골키퍼에 바르테즈(맨체스터 Utd), 꾸뻬(리용), 하메(보르도), 수비수에 깡델라(AS 로마), 크리스띠발 (바르셀로나), 데자이(첼시), 르뵈프(막세이으), 실베스트레(맨체스터 Utd), 튀람(유벤투스), 미드필더에 까리에흐(리용), 뒤가리(보르도), 까렝뵈(올림피아코스), 마켈레레(레알 마드리드), 쁘띠(첼시), 삐레스(아스날), 비에이라(아스날), 지단(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포워드에 앙리(아스날), 트레제게(유벤투스), 윌또흐(아스날)이라는 화려한 멤버로 경기에 임하게 되었는데요, 우선 막판에 부상당한 앙리는 아넬카로 대체 되었고, 부상이라 우기지만, 사실은 테러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엠마뉴엘 쁘띠는 결국 호주행을 포기 했죠(저번 소속 클럽팀 첼시의 경기에서도 이스라엘 원정 경기를 포기했었죠). 저번 알제리 전부터 터져 나온 테러 공포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으로 인해 쁘띠에게 25시간의 비행기 여행이 엄청난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현제 마케렐레, 비에이라, 다꾸르 등등 풍부한 수비 미드필더가 있기에, 이번 경기에 불참한 것이 추후 한국-일본 월드컵 본선 진출 명단에 그가 포함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지 궁금해 지는군요.

자, 아무튼, 프랑스는 이런 화려한 멤버로 경기에 임하게 되는데… 왜 호주전에 이렇게 목을 매는 지 한 번 살펴볼까요? 우선 최근 호주-프랑스 전은 1승1패... 1-0이라는 똑같은 스코어를 기록하기에 더욱 흥미가 끌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94년 5월 25일 일본 고베에서 벌어진 대 호주전…

대 불가리아전의 생각하기도 싫은 패배로 미국행 티켓을 날려버린 프랑스. 당시 에메 자께감독의 지휘로96유로 선수권을 준비 중이었는데, 기린 컵 시작 전 아르헨티나가 마라도나의 비자문제로 일본정부와 문제가 생기자 일본 축구협회가 땜빵으로 프랑스를 불러들였습니다. 당시의 호주전에 임했던 선수진은 바르테즈, 앙골라마, 블랑, 디 메코, 카람부, 페리, 쁘띠, 깡또나(주장), 뒤가리, 빠빵, 지뇰라(그리운 이름들이 많죠?). 프랑스는 3-3-1-2라는 수비형 전법으로 경기에 임했고, 당시 처녀 출장이던 뒤가리의 센터링을 이어받아 결승골을 터뜨린 깡또나는 당시 ‘팀 플레이가 부족하다’라는 비난을 일거에 씻어낸 중요한 경기였었죠. 마찬가지로 처녀 출장한 골키퍼 바르테즈 역시 후반 종료 5분 동안 막아낸 3번의 기적적인 방어가 지금의 바르테즈의 위상을 예고했는지 모르는 경기고요.

어쨌든 이 기린컵 이후 지뇰라와 깡또나는 팀웍 문제 등으로 인해 레 블루(프랑스 국가대표의 별명)와 결별을 했고, 프랑스는 96년 유로컵에 보르도 3총사(지단, 뒤가리, 리자라쥬)라는 공수의 축을 발판 삼아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죠. 그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 지단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는 월드컵과 유럽컵을 연달아 우승하는 최초의 팀으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그리하야… 2001년 6월 1일. 대구. 대 호주전...

프랑스는 컨퍼더레이션 컵에 유럽대표팀으로 한국 땅을 밟고, 첫 경기 한국전에 베스트로 임하며 5-0이란 스코어로 ‘역시 프랑스’란 말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기게 했죠. 그런데 바로 그 다음 경기였던 호주 전에서 프랑스는 베스트11에 무려 5명의 신인 선수들을 등용하며 자만을 뽐내다가 다크호스 호주에 1-0으로 패해 충격을 줍니다(그리고 이 경기 결과로 인해 한국은 탈락의 쓴 경험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르뵈프(이놈은 후반에 퇴장까지 당합니다. 흐흐)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수비수가 처녀출장이었는데, 바로 브레쎄(리옹), 까마하(막세이으), 질레(낭뜨)가 그들이었고 골키퍼 꾸뻬(리옹)까지 합하면 수비선수의 5명중 4명이 대표 첫 경기였던 거죠. 그리고 그전 한국전에 첫 출전을 경험했던 다꾸르까지 합하면 경험이 없는 대표 신인들 6인방으로 경기에 임해 세계적 망신을 초래했던 거죠(나머지 한명의 첫 출전선수는 당시 바스티아 소속의 앙드레 네 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11월

복수의 칼을 갈며 그 날을 기다리던 프랑스는 르메흐 감독의 뚝심과 프랑스 축구협회의 엄청난 뒷심에 힘입어 베스트 멤버를 이끌고 호주에 도착했습니다. 25시간동안의 비행시간과 엄청난 시차를 적응해가며 날아간 프랑스대표팀…

남아공과 0:0 무승부, 그리고 칠레에게 2:1로 패했던 프랑스의 원정경기 징크스의 오점을 씻고, 감독의 위상과 선수들의 정신무장에 큰 중점을 둘 수 있는 이번 대단원의 원정경기(왕복이 무려 50시간입니다)… 얻는 것 만큼, 분명 잃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벌써 마드리드 구단주는 훗날 프랑스 축구협회는 이번 경기로 인해 엄청난 보답을 받게 될거라고 대대적 복수전(?)을 예고 했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날지 궁금합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그 결과는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하군요. 과연, 현재 세계 최강 프랑스의 위명에 어떤 결과를 미칠까요? 우리나라와 크로아티아의 경기 내용 및 결과가 무척 궁금하시고 관심 가시겠지만(저 역시도 마찬가지죠), 세계 축구의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모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관심 조금만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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