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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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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인 탈레반은 왜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넘겨주지 않을까. 아니 하다못해 제3국으로 추방하지 않았을까. 우리 생각엔 아프간의 모든 난국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 같은데.
탈레반이 속해있는 아프간 최대 종족 파슈툰족의 특성을 모르는 외부인들은 이같은 탈레반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아프간 사태이후 아프간과 탈레반에 대해 여러 종류의 책이 나왔지만 이 책은 문명비평가인 저자가 아프간과 파키스탄 일대에서 파슈툰족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대해 쓴 책이다.
파슈툰족은 그들 특유의 손님 접대를 ‘멜마스티아’라고 부른다. 자기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차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잠자리를 제공하는 등 가장 친절하게 대한다. 부족장 집에는 손님을 위해 제공하는 잠자리인 ‘후지라’가 반드시 있어야 할 정도.
특히 손님이 도움을 청하거나 피신하고자 한다면 자기의 목숨을 걸고 손님을 지켜준다.
그같은 맥락에서 보면 탈레반은 구 소련과의 게릴라전에서 자신들을 도와준 빈 라덴을 별다른 명분없이 나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살겠다고 손님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파슈툰족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을 가장 불명예스러운 일 중 하나로 꼽는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무시하고 손님을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상대(미국)에게는 자존심을 걸고 ‘바달’(응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쉽게 읽힌다는 장점과 함께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의 특징과 역사를 잘 포착해내고 있어 최근 아프간 사태의 일단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될 만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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