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면목없는 투자전략가들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그것 참 머쓱하네….”

미국 테러 사태 이후 한달여 만에 국내 증시가 종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자 증권사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들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전략가들의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줄기찬 예언을 무시한 채 주가가 꾸준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전략가들은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무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변신, 또 변신〓예상보다 주가가 많이 오르니 전략가들도 자꾸 예상을 바꿔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추석 직후인 4일 오전만 해도 무려 10여개 증권사 전략가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라는 악재가 아직 남아 있어 지수 500을 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상승추세를 예상한 곳은 동양증권 시황팀 한 곳. 그러나 그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수는 4일 단번에 500을 돌파했다.

이후 전략가들은 지수 520을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웠다. “펀더멘털이 나아진 게 없다”는 분석부터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닌데 왜 주가만 호들갑이냐”는 호통까지 부정적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또다시 이들의 전망을 외면하며 16일 520선을 돌파했고 17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540에 거는 마지막 기대(?)〓전략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단기적으로 틀린 것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들.

한 증권사 투자전략가는 “국내 경제가 정말 최근 주가가 오른 만큼 좋아진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테러 직전 지수 수준인 540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수정된 견해를 내놓았다. 대부분 전략가들도 17일 보고서를 통해 지수 540을 새로운 ‘저항선’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저항선을 정하는 분석 방법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추석 이후부터 줄곧 주가의 상승 추세를 예측해온 동양증권 시황팀 박재훈 차장은 “지금까지 저항선으로 제시됐던 지수 500, 520, 540 등은 실제 의미가 있는 선이라기보다 전문가들이 임의로 그어놓은 ‘심리적인 저항선’일 뿐”이라며 “테러 이후 발표된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계속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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