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16개시도 단체장 '호화관사' 23000여평 논란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9시 00분



부지 1만7968㎡에 건평 1326㎡(부산시장 관사), 부지 1만5025㎡에 건평 1751㎡(제주지사 관사).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대규모 관사를 유지하면서 연간 수천만원대의 유지비를 쓰고 있어 ‘현대판 아방궁’이 아니냐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호화 관사’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단체장들은 “큰 건물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공간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관사를 비우기도 했다.

▽‘호화 관사’〓전국 16개 시도지사의 관사 부지면적은 총 7만7745㎡에 건물 연면적은 9180㎡.

부산시장 관사의 규모가 가장 크다.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이 관사는 85년 2월 준공됐으며 당시 공사비만 41억원이 들어갔다. 시장 부부는 지하 1층, 지상 2층인 이 관사의 1층에서 생활한다. 청원경찰 4명과 가정부 1명이 상주하고 있다.

전임 시장당시 ‘호화 관사’라는 비난이 일자 민속관으로 개조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가 안상영(安相英) 시장이 당선된 후 다시 관사로 쓰고 있다.

제주지사 관사는 84년 대통령이 일시 머물 수 있는 ‘지방 청와대’ 성격을 겸해 지어졌다. 민선 2기 들어 매각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내년 초 관사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창원시 용호동의 야트막한 산에 지어진 경남지사 관사도 84년 당시 8억여원이 투입된 대저택. 청원경찰 4명과 가정부 1명, 비서 1명이 딸려있다. 전북의 경우 96년 당시 부지사 관사였던 전주시 전동의 현 관사를 3억원을 들여 개축했다.

▽‘어린이 집’으로 활용〓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은 96년 취임하면서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활용토록 하고 자신은 남구 달동의 전세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린이집에는 64명이 다니고 있으며 분위기가 아늑하고 회비도 일반 어린이집의 70% 수준이어서 희망자가 항상 넘친다.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도 5월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로 옮겼다. 대신 중구 송학동의 관사는 ‘역사자료관’으로 쓰고 있다.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과 고재유(高在維) 광주시장은 60∼70평 규모의 아파트 관사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단체장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별다른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은 관사를 ‘향토문화 사료관’으로, 경북 봉화군은 고교생을 위한 기숙사로각각 바꾸는 등 기초단체 가운데는 기능을 전환시킨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관리비만 수천만원대〓대부분의 관사에는 단체장 부부만 단촐하게 살고있어 엄청난 관리비를 써가며 굳이 넓은 공간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경비인력과 가정부, 비서 등의 급여만도 연간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데다 시설물 관리비도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은 곳은 3000만원에 달하기 때문.

최근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에는 ‘혈세 낭비 도지사 관사, 꼭 있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한 도지사 관사를 비판한 기사가 올라 관심을 모았다.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도 “도백으로 봉사하는데 대저택이 아니면 안 되느냐”는 비난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부산 참여자치 시민연합 박재율(朴在律) 사무처장은 “재정난을 겪는 자치단체가 호화판 관사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민이나 하급직 공무원 등을 위한 문화 복지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부산·광주〓강정훈·조용휘·정승호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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