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이즈미, '이웃외교' 가 먼저다

  • 입력 2001년 10월 4일 19시 42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8일 중국을, 15일 한국을 잇달아 공식 방문한다.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및 고이즈미 총리 자신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악화 경색된 인접국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이즈미 총리는 스스로 불러일으킨 갈등과 마찰을 씻고 바람직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재설정을 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이후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대 경고에도 불구하고 8월13일 참배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 국민은 일본의 역사인식 역류(逆流)에 분노했고 한국 정부도 가뜩이나 역사교과서 수정에 미온적인 일본의 겹친 배신적(背信的) 행위에 강경 대응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 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 등을 통해 한국 방문을 희망했으나 우리 정부의 ‘성의 있는 조처 선행’ 요구에 부닥쳤다. 그러다 일본측이 이번에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참사 및 중국 방문, 그리고 내년의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를 명분 삼아 역사 인식 문제에서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카드를 내밀고 공식 방한을 성사시켰다고 전해진다.

그 진전된 입장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치 않다. 고이즈미 총리가 서울에 와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뉴욕의 테러참사와 월드컵축구를 계기로 삼아 일본이 도발하다시피 한 과거사 문제 관련 마찰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가 그야말로 도발적으로 신사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분노하고 성토했던 한국 국민을 납득시키고 달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이즈미 정권 출범을 전후해서 한일관계는 98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해 버린 양상이다. 일본 내의 식자들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김 대통령간의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무너지는 것은 중대한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국간의 통상 및 투자, 인적 교류도 올해 들어 관계 경색에 상응하는 만큼의 답보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의 월드컵 축구는 두 나라 공히 국운을 건 공동사업이 아닐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을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 관계,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이웃나라 관계를 복원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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