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아이비리그 여성총장들의 '일과 육아' 경험담

  • 입력 2001년 10월 3일 19시 07분


1994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주디스 로딘은 아이비리그(Ivy league)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되었다. 그리고 올 여름 다른 두 명의 여성이 아이비리그 여성 총장의 대열에 합류했다. 프린스턴대의 셜리 틸먼과 브라운대의 루스 사이먼스 총장. 이 세 사람이 만나 자신들의 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딘〓아이비리그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인 동시에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여성 동료가 생기게 되어 아주 기쁘다.

사이먼스〓그렇다.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로딘〓아이비리그는 사실 스포츠리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학 동문들이 여자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틸먼〓여자들이 운동에 관심이 없다며 걱정하는 얘기를 나도 들었다.

사이먼스〓여자 총장이 여성 스포츠만 편애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로딘〓나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성별과는 상관없이 평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총장이 된 후 나는 여성으로서의 경험 덕분에 우리 대학 직원들을 위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먼스〓그렇다. 그런 정책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틸먼〓나는 프린스턴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직후 오전 7시30분에 자주 회의를 갖기로 유명한 한 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8시15분에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는 어린애 둘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그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나는 만약 7시30분에 회의가 열린다면 참석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 후로는 오전 7시30분에 회의 예정이 잡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로딘〓틸먼은 좀 특이한 교수였던 것 같다. 그 때 틸먼이 신분을 보장받은 정식교수였는지 궁금하다.

틸먼〓난 그저 거리낌없이 내 의견을 밝히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로딘〓아마 대부분의 젊은 여자교수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예일대의 심리학과 학과장으로 있을 때 놀이방에 맡겨놓은 아이를 번번이 늦게 데리러 갔다. 놀이방 선생님들도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화가 나서 “한 번만 더 늦으면 아이를 거리에 세워놓고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난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회의 도중 5시3분이 되었을 때 결국 온통 남자뿐인 데다 나보다 선배인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회의는 끝났습니다. 제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틸먼〓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때만이라도 거기에 맞춰 일을 조정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로딘〓문제는 그 기간이 가장 열심히 일해서 경력을 쌓아야 할 기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사이먼스〓나는 기업의 남성 최고경영자들 몇 명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도 지금 우리가 얘기한 것과 아주 비슷한 경험들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남자들도 아이가 어릴 때에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얘기다.

(http://www.nytimes.com/2001/09/09/magazine/09SHOPTAL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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