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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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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스포츠 중에서도 과학과 관련이 많은 경기다. 우선 통계와 확률이 많이 이용된다. 야구 경기는 매우 세세한 점까지 기록되고 있고, 감독들은 종종 이 기록들을 이용하여 확률에 의거한 작전을 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투수는 어떤 타자에게 강한지, 득점 찬스에서 안타를 많이 치는 타자가 누구인지 등이 낱낱이 통계로 제시되고, 이에 맞춰 투수나 대타의 기용을 결정하곤 한다. 물론 경기장에서의 ‘감(感)’으로 작전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한 감독들은 대개 철저히 통계와 확률 법칙을 따른다.
▷또한 야구는 물리학의 법칙을 이용하여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예를 들어 투수의 변화구는 유체역학의 법칙을 이용해 야구공 각 부위에 작용하는 공기 압력에 차이를 줌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때 야구공에 흠집을 내거나 이물질(異物質)을 바르면 공기저항이 달라져 매우 특이한 변화구가 나오므로, 이러한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반면 타자가 압축 배트처럼 반발력이 큰 배트를 사용하면 홈런이 너무 쉽게 나와서, 배트 규격에 대한 규정 또한 매우 세밀하다.
▷하지만 사실 야구의 진정한 재미는 통계나 물리학으로 설명 안 되는 부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9회 말 역전 홈런으로 승패가 바뀔 확률은 극히 낮지만, 지고 있는 팀은 끝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또한 투수가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에 도착하는 시간은 약 0.4초에 불과하여 사람의 반응시간을 고려하면 타자가 공을 보고 타격을 결정할 시간은 고작 0.15 초 내외다. 이 짧은 시간에 물리학법칙을 적용하여 공을 정확히 쳐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도 우수한 타자들은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인간이 컴퓨터보다 우수함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까.
오세정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sjoh@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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