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최규병-유창혁-박영훈, 녹번동 3인방 "잘 나갑니다"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48분


“요즘 바둑계에선 ‘녹번동 3인방’이 제일 잘 나가죠.”

최근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예기사가 한 말이다. 그가 말한 ‘녹번동 3인방’은 최규병 9단(38), 유창혁 9단(35), 박영훈 2단(16). 이들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공동으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한 곳을 빌려 세 명이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올해 세 사람은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국내 바둑 소식은 이들의 활약상으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유 9단은 지난해 국내 타이틀을 모두 잃고 47승 28패(승률 62.67%)의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올해는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연초에 대만계 일본기사인 왕리청(王立誠) 9단을 누르고 중국 춘란(春蘭)배를 거머쥐었고 국내 명인전 도전5번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연승을 거둬 한판만 더이기면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또 패왕전 본선에서 6연승을 거두는 등 각종 기전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 현재 41승 14패(74.55%)로 다승 2위, 승률 3위.

유 9단은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고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고자 열심히 두다보니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며 “녹번동 연구실처럼 안정적으로 바둑 공부를 할 곳이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9단은 지난해 23승 22패의 반타작 성적에 그쳤지만 올해는 24승 7패(77.42%)로 승률 1위에 올라있다. 7월 6일부터 8월 16일까지 12연승을 거뒀으며 농심배 예선 결승에선 이세돌 3단을 누르고 처음으로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그동안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결승 문턱에서 좌절을 겪었던 박 2단도 최근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 올라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 것은 끈끈한 유대 관계 때문. 박 2단은 아마추어 시절 최 9단 밑에서 바둑을 배우다 입단했고 최 9단과 유 9단은 호형호제하는 사이. 이들은 정기적인 연구 모임을 갖지는 않지만 시합이나 일정이 없는 날에는 연구실로 나와 자연스럽게 최신 기보와 경향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박 2단은 “어울려 연구하다 보면 혼자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수를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김영삼 5단, 박병규 2단, 최민식 초단 등 젊은 기사들도 자주 여기에 나와 같이 연구하고 있다.

최 9단은 “앞으로 쓸만한 후배를 제자로 뽑아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하게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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