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18]미국이 풋볼에 열광하는 이유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34분


오래 전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맞이한 첫 설날은 선배의 집에서 미식축구결승전을 TV로 보며 보냈다. 학생들이 스승에게 세배는 안 하고 설날을 그렇게 보내는 데 대해 놀랐다. 가을학기 대학 캠퍼스는 미식축구열기로 가득 찬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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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에게 “미국인들이 심지어 설날에 결승전을 여는 등 미식축구를 그렇게 중요시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다. 미국은 국가경영차원에서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 3대 스포츠를 장려하고 그중 특히 미식축구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었다. 전략이 무궁무진하므로 팀워크 정신은 물론 국민의 전략훈련에도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 사관학교에서도 미식축구전략을 많이 연구한다고 한다. 걸프전쟁 때도 미국은 미식축구식 우회전략으로 이라크공격을 시작했다. 새해를 ‘전략훈련’과 더불어 시작하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놀랍기까지 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서울대 어느 교수는 개인적인 희생을 무릅쓰고 수십년간 미식축구팀을 유지해왔다. 부산대도 최근 연례 미식축구시합을 서울대와 하기로 했다.

미국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미식축구야말로 진정한 미국식 스포츠이고 미국인의 성격과 용기의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인생의 법칙이 미식축구법칙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미식축구는 전쟁과 같아서 큰 꾀, 작은 꾀, 속임수가 다 동원된다. 이런 게임에 익숙한 미국 기업인들과 기업매각을 협상하는 한국인들의 전략이 궁금할 때가 있다.

앨버트 아프린 미국 스포츠아카데미 총장은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닭싸움, 소와의 싸움(투우) 등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기업이나 조직체의 거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의 어느 회사는 골프를, 일본의 어느 회사는 럭비를 중시하는데 스포츠에 따라서 그 회사의 성격도 좌우된다.

웰링턴 경(卿)은 “워털루의 승전은 이튼고등학교 운동장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 량수밍(梁漱溟)은 중국이 18세기 말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도자들의 스포츠 소양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스포츠를 하지 않았으니 체력은 물론 전략개념 팀워크정신 리더십 등에 있어서 서양지도자들에게 뒤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한국의 경우에도 타당했던 것 같다.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볼 때 지덕체(智德體) 교육은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미식축구 등 팀스포츠는 팀워크와 전략훈련에도 중요하므로 교육의 중요성을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 순으로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스포츠는 21세기 성장산업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체력 팀워크정신 전략개념 리더십 함양, 국위 향상 등 여러 면에서 보더라도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교육은 교실 중심이고 투자는 강의실 중심이었다고들 한다. 그래서 많은 초중고교에서는 운동장이 부족해 학생들이 체력을 키우고 스포츠정신을 기르기 어렵다. 서울대에도 학생 2만명 이상이 생활하는 관악캠퍼스에 정규 운동장이 달랑 한 개뿐이다. 연건캠퍼스에는 아예 없다. 국내 다른 대학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미국의 명문대인 스탠퍼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에는 각종 스포츠 시설이 많은 것은 물론 학교 안에 골프장도 있다. 서울의 어느 대학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대학 4년간 넓은 운동장에서 공 한 번 시원스럽게 차보지 못하고 건물사이 좁은 공간에 모여 우유팩이나 차다가 졸업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을 지을 땅은 서울 주위에만도 가히 ‘무진장’으로 있다. 앞으로 국가경영차원에서 학생들은 물론 일반 국민을 위해서도 스포츠를 크게 장려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지금 경기부양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경기부양과 연결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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