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벨기에 당구공 제조업체 '살뤽'

  • 입력 2001년 9월 20일 19시 03분


자넷 리. 한국계 포켓볼 프로인 그녀를 보며 학창시절 당구에 푹 빠졌던 추억이 있다. 그때 당구공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논쟁을 벌인 것이 기억난다. 압축종이, 플라스틱이라는 추측과 쇠로 만든 공에 플라스틱을 입혔다는 설이 난무했다.

당구에 빠져본 사람은 ‘아라미스’라는 상표를 보았을 것이다. 벨기에에서 제조된 이 당구공은 승리를 안겨주는 특별한 공으로 여겨진다. 당구공만 30년 동안 만들어온 벨기에의 당구공 제조업체 ‘살뤽’은 전세계 당구공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1923년 설립된 살뤽은 원래 피혁가공용 화공약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피혁대체품들이 나오고 피혁공장들이 도산하면서 살뤽도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다. 이때 돌파구가 된 것이 당구공이다.

살뤽은 피혁가공용 화학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독특한 페놀수지 가공기술을 갖고 있었다. 당시 상류층에서는 상아당구공을 쓰고 있었는데 제품이 부족하고 변형이 심해 대안이 절실했다. 살뤽은 당구공의 밀도와 재질을 극도로 압축한 ‘페놀포멀포뮬러기법’이라는 신기술을 고안해냈다.

60년대 중반 ‘아라미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살뤽 당구공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살뤽은 30여년간 당구공 제조에만 전념하였고 지금까지 당구공의 신화로 자리잡고 있다. 생산한 양의 97%가량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한다.

당구공의 생명은 ‘균형과 반동’이다. 완벽한 구면과 대칭, 적당한 중량과 경도가 필요하다. 공 한개를 만드는 데 형틀 주조에서부터 연마 광택 등 13단계의 공정을 거치며 모두 23일이 걸린다.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이주한 ‘비의’가문이 원 설립자이지만 현재는 기업투자전문회사인 베르겡베스트가 인수해 전문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00만달러 순이익 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살뤽은 매출액의 10%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분야라도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와 노력, 그것이 명품을 창조한다.

홍 성 민(보석 디자이너)Client@jewelbu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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