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타격왕 경쟁도 아찔한 살얼음판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프로야구 타격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정규시즌 종착역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자고 나면 순위가 뒤바뀔 정도여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상황.

6일 현재 심재학(두산)이 타율 0.34835를 기록, 0.34831의 2위 양준혁(LG)에 그야말로 박빙의 차이인 0.00004 앞서며 간신히 1위에 올라있다. 소수점 아래 다섯자리까지 따져봐야 겨우 우열을 가릴 수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게다가 심재학과 양준혁이 토종 타자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용병들이 줄줄이 바짝 뒤쫓고 있어 섣부른 예상을 불허하고 있다. 3위 호세(롯데)가 타율 0.3482이며 4위 데이비스(한화·0.347)와 5위 에레라(SK·0.346)도 끝까지 물고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타율 0.340의 박종호(현대)가 김동주(두산·0.338) 브리또(SK·0.338) 송지만(한화·0.338) 등과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타격 1위에 등극했던 것.

하지만 올해에는 더욱 뜨거운 경합이 벌어지고 있어 시즌이 막을 내리는 날에 그 주인공이 가려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95년 프로에 뛰어들어 단 한 시즌도 3할대 타율을 치지 못한 심재학은 올 들어 타격에 눈을 완전히 떴다는 평가. 약점으로 지적된 몸쪽 공에 대한 공략법을 터득했고 바깥 공을 밀어치는 데도 재미를 붙인 그는 시즌 내내 타격 5위 아래로 떨어본 적이 없을 만큼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93, 96, 98년에 이어 3년만이자 자신의 통산 4번째 타격왕 등극을 꿈꾸고 있는 양준혁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643을 올리며 급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3할 타자의 관록이 돋보이는 양준혁은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성적 탓에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았지만 어느새 타격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타격 5관왕에 도전하는 호세는 투수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탁월한 선구안을 앞세워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번 불붙으면 멈출 줄 모르는 몰아치기에 능한 데이비스와 기복 없이 꾸준한 타격감각과 정교함이 돋보이는 에레라도 손색없는 타격왕 후보.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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