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철새도래지에 송전탑이 웬말?" 환경단체 반발

  • 입력 2001년 9월 4일 21시 03분


한전측이 겨울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낙동강 ‘달성습지’ 부근에 고압 송전탑을 건설하자 지역 환경단체들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한국전력 대구전력관리처는 최근 대구 성서 지방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 경계지역지점인 달성군 다사읍 낙동강 달성 습지에서 100여m 떨어진 지점에 15만4000V 용량의 송전탑 3기와 송전선로를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다.

달성 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겨울철에 조류 수천마리가 날라드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

생태학자들은 철새들은 송전선을 기피하고 들판을 선호하는 생리를 갖고 있어 달성습지 부근에 고압전력 시설이 들어설 경우 이 일대를 월동지 또는 경유지로 삼고 있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와 왜가리, 청둥오리 등이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습지 부근에 세워진 높이 44∼88m의 송전탑과 선로로 철새들이 부딪히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역환경단체인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달성 습지는 골재 채취 등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난 97년 이후부터 흑두루미가 월동하지 않고 상공을 맴돌다 지나가는 경유지로 전락하는 등 생태계 파괴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존회 관계자는 “세계적 희귀조인 흑두루미가 통과하는 서대구낙동강 습지에 건설된 송전탑은 황폐해진 이 일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건설중인 송전탑을 낙동강 상류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당초 낙동강 상류쪽으로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습지 부근에 건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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