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위험' 도사린 부동산시장…수도권 이상열기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아 팰리스’ 모델하우스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잠실에 들어설 주상복합 갤러리아 팰리스를 청약하려고 몰려든 인파 때문.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최근 나흘간 10만여명. 간이의자를 마련해 열흘이나 밤을 샌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구청직원이 치우지 못하도록 간이의자를 쇠사슬로 묶어놓기도 했다. 한 60대 할아버지는 주민등록등본 10통을 갖고 와 혼자서 10가구나 청약했다.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델하우스 내부가 어떤지는 관심 밖인 ‘묻지마 투자자’였다.

▽이상 과열 아닌가〓부동산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과 한화건설이 짓는 ‘갤러리아 팰리스’는 일반청약 공급량이 275가구지만 청약희망자는 2만명을 넘었다. 48평형 청약경쟁률은 141 대 1. 이들이 낸 청약금만 4160억원이었다. 당첨을 기대하고 청약자들이 마련할 자금을 모두 합치면 무려 12조원이 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상복합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SR개발이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분양한 ESA아파트 33평형도 3일 청약 마감결과 8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SR개발이 ‘고급형 중소아파트’를 표방하긴 했으나 서울 강북지역에서 이처럼 높은 경쟁률이 나타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브로커들이 열기를 조작〓이동식 중개업소인 일명 ‘떴다 방’이 혼탁과 거품을 부채질하고 있다. ‘떴다 방’들은 선착순 분양 때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줄을 세우고 있다. 일부는 폭력배를 동원해 자리를 빼앗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은 매물을 확보한 뒤 가격 조작에 나선다. 업체들은 또 중개업자와 짜고 분양 열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동원할 수 있는 중개업자가 수백명”이라고 실토했다. ‘조작된’ 높은 청약률을 믿고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샀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거품 피해 우려〓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33평형의 경우 올해 3월 분양 직후 웃돈이 2500만원을 호가했으나 불과 한달 만에 프리미엄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밖에 청약 과열로 주목을 받았던 경희궁의 아침, 아크로비스타, 리첸시아 등 고급 주상복합의 분양권 시세도 청약 후 대부분 시들해졌다. 일부 평형은 아예 거래가 끊어졌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경기가 불투명한데 부동산만 뜨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니에셋 김점수 전무는 “하반기에 공급될 주상복합만 5000가구를 넘고 매물로 나온 주상복합 분양권도 널려 있다”며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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