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중국주식회사’ 지구촌 야금야금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0분


중국의 TV 제조업체인 TCL은 2년 전 수출시장 조사를 벌이던 중 일본의 소니와 한국의 삼성이 인구 8000만명의 거대한 시장인 베트남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TCL은 즉시 행동에 나서 지난해 베트남에 TV 생산라인을 세웠고 13인치 컬러TV를 소니와 삼성 제품의 4분의 1 값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했다.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가 제로였던 TCL은 1년 만에 베트남 TV시장을 10%나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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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도산 직전의 냉장고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중국 하이얼(海爾)사는 이제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고층빌딩을 사들여 미국지사로 사용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공장 등 13개의 해외공장을 가진 세계 6대 가전업체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활발히 해 가는 모습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9월 3일자)는 ‘퍼져나가는 중국주식회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자세히 전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중국 기업들이 값싼 임금은 물론이고 그동안 외국 일류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습득한 첨단기술까지 갖춰 세계 시장 곳곳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 년 전 만해도 중국을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만 여기던 외국 기업들이 이제는 값싼 제품으로 무장한 채 자국 시장을 잠식해 오는 중국 거대 기업들에 ‘안방’을 내주고 있는 셈.

이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중국 기업과의 합작과 기술이전을 종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무선통신부문에서 합작을 한 중국 통신업체 캐피털그룹은 이제 자체브랜드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개발해 노키아와 경쟁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동남아시아. 동남아 국가들은 외국업체들이 아시아 지역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긴 데 이어 이제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는 바람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는 자국 기업들에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이라며 “중국의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에 맞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그렇지만 중국 기업들이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아직도 중앙통제식의 비효율적인 경영에 익숙한 국영기업들이 많고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선진 경영전략에 밝지 않아 미국이나 일본의 다국적기업에 대적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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