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번식해 바다가 벌겋게 변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은 43종인데 나로도에서 악명을 떨치는 종류는 코클로디니움. 적조는 95년 무려 764억원이란 가공할 만한 피해를 냈다. 당시 첫 발생 장소가 나로도 부근 해역. 이때부터 여름만 되면 나로도는 죄인이나 다름없다. 작년 나로도 대신 첫 발생지역으로 발표된 돌산도도 나로도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깝다. 95년 이후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올해 적조 첫 발생지역도 나로도 앞바다다.
▷나로도는 왜 이처럼 달갑잖은 타이틀을 달게 됐을까. 제주해협을 통해 들어와 남해안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는 구로시오(黑潮) 지류라는 게 있다. 이 난류대는 수온은 높은 대신 영양염류는 많지 않다. 이 지류가 영양염류가 많은 해수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나로도 앞바다. 높은 수온과 풍부한 영양염류라는 최적의 조건을 만난 코클로디니움은 급격히 불어나 쪽빛 청정해역을 벌겋게 물들이며 해안을 따라 긴 띠를 이루게 된다.
▷적조가 발생하면 어장과 양식장은 온통 초토화된다. 아가미를 틀어막아 물고기가 떼죽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나로도 주민들의 피해는 미미하다. 이 근처는 양식장이 많지 않은데다 물살이 거세 적조가 오래 머물기 어려운 탓이다. 남해안에서 극성을 부리는 적조는 서해안에선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진도 근해에는 ‘서해 고유 냉수대’로 불리는 찬물 덩어리가 도사리고 있다. 이 찬물 덩어리가 구로시오 지류의 서해 유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풀이다. ‘불행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화경논설위원>bbcho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