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 자산운용 위탁 '방향전환'…투자자문사 선호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55분


지난 6월 국민연금이 6000억원을 증시에 투입하기로 하고 운용사를 선정, 발표했을 때 업계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한 달여에 걸친 심사 끝에 대형 투신사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그동안 연기금 등 기관으로부터 소외받았던 투자자문사가 4군데나 선정된 것. 투자자문 업계로서는 ‘쾌거’라고 할만한 결과였다.

최근 500억원을 증시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사학연금도 대형투신사나 자산운용사를 배제하고 투자자문사에만 위탁하기로 했다. 사학연금은 지난 10일 일임 운용이 가능한 34개 자문사를 대상으로 투자제안서를 접수한 뒤 심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들어 연기금과 은행, 보험 등 기관들이 자산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문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델타투자자문의 경우 3월말부터 수탁고가 크게 늘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밸런스투자자문도 올들어 수탁고가 500억원 가량 늘었으며 메리츠투자자문도 1년간 수탁고가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문사에 대한 기관들의 선호도가 커지고 있는 것은 우선 투자자문사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사장은 “최근 2년간 투신권에서 잔뼈가 굵은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이 자문사로 대거 진출해 운용 능력 면에서 투자자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장길훈 투자전략팀장은 “자문사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여서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자신의 회사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좀더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정해진 펀드에 투자해야하는 투신사들과는 달리 기관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는 점도 자문사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코스모투자자문 김정기 이사는 “기간이나 포트폴리오 설정, 중도 해지 등 운용상 모든 면에서 고객의 요구를 100% 들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대일로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데다 운용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우채 사건 등으로 투신권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이같은 장점이 부각된 것.

이처럼 투자자문사에 대한 기관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검증 기간을 좀더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형 투신사에 비해 리서치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 능력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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