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판교개발 정처없는 표류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8분


경기 성남시 판교 지역 개발을 둘러싸고 당국과 주민, 시민단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임 김용채(金鎔采) 건설교통부장관이 최근 판교를 택지위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자 경기도는 판교에 벤처단지 60만평을 조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조속한 개발을 촉구하고 시민단체는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남부 지역의 최고 주거단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판교 신도시’ 개발은 이해 당사자간 이견으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민들의 조속한 개발 요구〓판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판교개발추진위원회’는 30일 오후 2시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낙생농협 옆 광장에서 ‘판교지구개발확정 유보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경기도와 건교부의 갈등으로 수십년간 개발이 제한돼 주민들만 계속 고통받고 있다며 조속한 개발을 위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원회는 관할 경찰서에 9월30일까지 매일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추진위 김대진(金大振·56)위원장은 “주민들의 주장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실력행사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결사 반대〓시민단체들은 판교 개발이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주거지의 오염물질 발생으로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안병주 간사(30)는 “수도권 광역화가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대규모 개발을 유보하고 판교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개선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대규모 벤처 단지 개발 고수〓경기도는 판교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자족기능을 갖추고 낙후된 수도권의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벤처단지가 최소한 60만평은 개발돼야 한다”면서 벤처단지가 들어서지 않는 한 판교개발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돈 되는 개발 원해〓건교부는 벤처 단지 면적을 10만∼20만평으로 잡은 판교 신도시 개발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벤처 단지 면적을 60만평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토지 분양 가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건교부는 토지 수용가격을 평당 60만∼70만원선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택지 조성과 기반 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평당 분양 가격은 400만원선. 경기도가 요구하는 벤처 용지의 평당 분양가는 170만원이나 벤처업계가 요구하는 50만원선에 맞추려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주거 용지를 많이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최재덕(崔在德) 건교부 주택도시국장은 “벤처 용지를 60만평으로 늘리면 판교에서 분양되는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벤처 용지도 가격이 높아 미분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판교 지역은 공업 용도의 땅을 지정하지 못하는 ‘과밀억제권역’이라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판교에 벤처단지가 조성되면 수도권에 업체가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것.

▽전망〓건교부는 장관 직권으로 판교 지역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사업실시계획 승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 반발과 주택 공급 물량 축소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조직적으로 반대하면 건교부도 판교 개발을 쉽게 추진할 수 없다. 택지개발에 따른 실시계획 승인시 도시계획 결정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기 때문. 경기도가 반발하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건교부와 경기도가 벤처단지 용지 배정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판교 신도시 개발은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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