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희주부의 처녀몸매 되찾기]음식 보고 침만 '꼴깍'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2분


“이러다 먹성좋은 우리 마누라 잡겠네.”

식사 도중 이렇게 농담을 하는 남편이 얄밉기만 했다. 본격적인 살빼기 도전에 나선지 일주일째. 이번엔 반드시 처녀 시절의 몸매를 되찾으리라 결심했지만 음식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

우선 병원에서 건네받은 식단표에 따라 식사량과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나갔다. 저지방과 저칼로리 위주의 음식으로 꼼꼼히 짜여진 식단표를 보고 나서야 내 식습관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평소 즐겨 먹은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의 지방 성분이 고스란히 쌓여 지금의 몸매를 만든 것이다.

식습관의 ‘개혁’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처음 이틀간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사흘째로 접어들자 공복감이 심해졌다. 줄어든 식사량으로 허기가 자주 찾아오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또 식단표대로 식단을 차리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가 돼 버린 것.

예전에는 아이들 간식을 만들면서 ‘맛본다’는 핑계로 이것 저것을 먹었지만 지금은 안된다. ‘조금만 먹어볼까’하며 침을 꼴깍 삼켜보지만 아들이 동그랗게 두 눈을 뜬 채 엄마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

일주일만에 2㎏이 줄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아 체지방이 아닌 근육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등과 배에 침을 꽂은 뒤 전류를 흘려 지방을 분해하는 전기침과 식욕을 억제시킨다는 귀침을 맞았다.

그러나 어떤 치료도 적당한 운동이 빠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을 되새기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할 것을 다짐했다.

▼전문의 처방/운동량 늘려야▼

권씨는 일주일만에 체중 2㎏이 줄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살빼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상적인 살빼기는 지방과 근육량의 감소 비율이 7대 3인 반면 권씨는 1㎏씩 줄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잘 절제했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 결과다.

몸 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순이다. 따라서 식사량을 줄인 초기에는 주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먼저 분해되므로 체중 감량이 빠르기 마련.

단기간의 체중 감량은 지방 위주가 아니기 때문에 감량 속도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해 근육량이 감소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권씨에게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주 세차례 정도 러닝머신과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을 하도록 권유했다. 또 본인이 원하던 스쿼시도 무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시작토록 했다.

다이어트 초기 1∼2주간은 심한 공복감에 시달리는데 이 때는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이 큰 해조류와 채소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이들 식품은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가 풍부해 균형잡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는 미역국과 토마토는 다이어트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음식이다.

한방에서는 공복감과 식욕이 심할 경우 귀침을 많이 사용한다. 귀의 특정 부위에 압정식 침으로 수시로 자극을 줘 소화 흡수기능은 억제하고 배설 기능을 돕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 몸의 여러 부위에 자리잡은 경혈점을 손으로 자극함으로써 어느 정도 식욕 조절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송재철(포천중문의대 분당 차병원 한방 재활의학과 교수)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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