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철환/효과적 적조방지책 급하다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2분


산업화의 초기인 70년대에는 마산만에 국한됐던 적조가 이제는 전국 해안으로 번지고 있다. 95년의 적조는 동해안을 따라 강릉까지 올라갔으며 여름을 지나 10월까지 번무했다. 약 3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적조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청정해역에 속하는 거제도 주변을 휩쓸고 마산 부산을 거쳐 포항 울진 동해에까지 세력을 떨쳤던 것이다.

▼황토 뿌리기는 응급조치일 뿐▼

코클로디니움의 색깔인 초콜릿색 띠가 마치 기름처럼 번져나갔고 연안 양식장을 덮치면서 피해액만도 8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다시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번지기 시작했고 통영 근처에서 시작해 울산과 포항 앞바다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적조란 황색 또는 검붉은 색을 가진 식물플랑크톤의 대번식을 뜻한다. 수백∼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미세한 크기인 식물플랑크톤은 원래 바다생물 먹이의 출발점이다. 이들 미세식물은 바다에 녹아 있는 질소와 인 등의 영양분을 사용해 태양빛을 유기물로 바꾸는데, 이를 먹이로 하는 다른 생물들에 의해 물고기까지 이르는 먹이사슬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식물플랑크톤은 바다에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들 식물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조를 일으키고 있는 코클로디니움도 크기가 3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거의 한번씩 분열하면서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바닷물 색깔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지금 번지고 있는 적조에서 피해로 보고되고 있는 것은 가두리 양식장의 우럭 방어 볼락 쥐치 돔 등의 폐사이다. 이들 물고기의 폐사는 거의가 물고기 아가미가 적조식물에 막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물고기가 아가미로 물을 빨아들일 때 ℓ당 수천만 마리의 적조식물이 함께 빨려 들어오므로 아가미가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물고기는 적조식물의 독성 때문에 호흡이 마비되기도 하므로 적조가 발생하면 가두리 양식장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경남 해안에서는 어민과 공무원 1400여명이 600척의 어선을 동원해 가두리 양식장 안으로 적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황토를 뿌렸다고 한다. 황토 뿌리기는 80년대 초에 일본의 규슈 남부지방인 가고시마에서 시도된 뒤 우리나라에서도 96년부터 이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적조제거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 황토를 뿌리면 황토의 콜로이드 입자가 해수 중의 적조생물을 흡착해 바다 밑으로 끌고 내려가기 때문에 적조 제거 효율이 보통은 80∼90%가 넘는다. 그러나 황토 뿌리기는 양식장으로 들어오는 적조를 차단하는 긴급조치의 하나일 뿐이지 적조를 제거하는 근본대책은 되지 못한다. 적조를 줄이려면 적조의 원인에 대한 치유가 있어야만 하는데, 이는 역시 적조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해수 중의 질소와 인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적조 방지를 위해서 육상 오염물질의 해양 유입과 연안매립 규제라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둘 중의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올 여름의 적조도 홍수 후에 나타나고 있는데, 빗물과 함께 육상의 온갖 오염물질이 바다로 쓸려 들어가고 이때 들어 온, 생활하수로부터 유리된 질소와 인이 때마침 높아진 수온과 강렬한 햇빛과 함께 적조식물로 하여금 왕성한 증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안대로 육상으로부터의 유기물 유입을 줄여야 할 터인데 이를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오염된 생활하수 유입 줄여야▼

95년의 적조 대발생 이후 해양 오염방지 5개년 계획에 따라 작년까지 투입한 예산은 약 5조원이고 이 예산의 대부분을 하수처리장 신설에 사용했으나 적조를 줄이지는 못했다. 우선은 가두리 양식장이 있는 남해 인근 도시들의 생활하수 처리와 양식장 자체의 자가오염 처리 등에 좀 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지나 양식장 정화사업에 투자한 예산은 5조원의 약 2%인 900억원에 불과해 이 또한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두 번째 방안인 자연정화지인 갯벌을 매립하는 연안 간척의 규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화호와 새만금처럼 수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연안매립이 수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조 문제의 심각성은 제대로 논의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적조로 인한 양식장 어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고 철 환(서울대 교수·해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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