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우지원 "삼성 2연패 내게 맡겨라"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3분


우지원이 미국전지훈련장에서 개인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우지원이 미국전지훈련장에서 개인연습에 열중하고 있다.<유진〓김상호기자>
“우승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겠습니다”.

우지원(28·삼성 썬더스)은 현역 농구선수중 가장 많은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스타. 별명도 ‘코트의 황태자’일 만큼 자존심이 강한 그에게 6월 문경은(신세기 빅스)과의 전격적인 트레이드는 충격이었다. 팀의 간판스타인 그를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없이 트레이드 대상에 포함시킨 건 그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동안 공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26일 삼성이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 차린 전지훈련캠프에서 만난 우지원의 표정은 밝았다. 이미 자신을 버린 전 소속팀에 대한 서운함보다 새로 둥지를 턴 팀에서 입지를 굳히기로 작정한 탓일까. 팀을 옮긴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첫 마디가 “팀을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 생각밖에는 없다”는 대답이다.

“96년 대학 졸업 뒤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다”는 그는 “내가 와서 우승을 못했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고 싶지않다. 자존심을 걸고 팀의 리그 2연패와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겠다”고 말했다.

생각이 바뀌고 목표가 정해지면 행동거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동안 ‘실력보다는 외모로 평가받는 선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그는 트레이드 이후 미국전지훈련까지 팀내에서 가장 연습량을 소화하고 있고 회식자리에서는 입에 대지도 않던 개고기까지 먹으며 동료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중이다.

유진캠프에서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주희정은 물론 이규섭 김희선 등과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우지원은 “신세기에 있을 때 삼성과 만나면 항상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경기를 하곤 했는데 직접 와서 겪어보니 지난 시즌 우승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라며 “삼성으로 옮긴 것이 나 한테도 기회이니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만족해했다.

실제로 우지원은 벌써 동료들과 손발을 척척 맞추며 23일 포틀랜드에서 가진 팩텐(PAC-10·미국대학리그) 선발팀과의 첫경기에선 3점슛 9개를 포함해 팀내 최다인 36점을 넣었고 25일 USBL올스타팀과의 경기에서도 20분 동안 뛰며 13점을 넣어 문경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먼저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어라는 말밖에는 달리 지시하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에 팀 분위기에 적응할 만큼 프로정신이 투철하다“고 흡족해했다.

<유진〓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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