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조선 펑크 밴드 '노 브레인'

  • 입력 2001년 8월 22일 10시 39분


지난 7월 27일 일본의 세계적인 록 축제인 '후지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노 브레인은 공연 중 이례적으로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 일제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단행했다.

연간 수만 명의 일본 록 팬들을 동원하고 세계 유명 무대에서 이들의 돌출된 행동에 대해 혹자는 '노 브레인을 정말 뇌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했고, 또 혹자는 노 브레인을 애국지사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홍대 앞에서 불대가리'로 불리는 노 브레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록 매니아들에게 이들의 돌출 행동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해 안티 서태지 공연을 비롯해 후지 록 페스티벌, 광복 기념 게릴라 콘서트 등 노 브레인의 활동 반경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다분히 펑크적이다.

노 브레인은 '말달리자' '밤은 깊었네'로 주류에 안착한 크라잉 넛과 함께 국내 인디 밴드의 대표주자로 그저 펑크는 음악을 못하는 풋내기들의 장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타를 날렸다.

96년이래 밴드를 결성한 5년여의 시간동안 조금도 말랑말랑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굳건한 펑크 밴드로서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노 브레인은 개인의 소외, 사회의 불합리한 모순들을 청유형의 선언적인 문어체 문장으로 담아낸다. 이들의 히트곡인 '청년폭도맹진가'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자 그 누구라더냐! 저 철옹성을 쳐부수고 힘차게 맹진 하노라. 짓밟힌 자들의 처절한 복수이로다' 식의 직선적인 메시지는 비유와 풍자로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노래해오고 있는 노 브레인의 음악성을 반증한다.

특히 노 브레인은 비유와 풍자의 미학을 통해 펑크음악이 비록 외래의 것일지언정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는 '조선 펑크'를 모토로 '문화 사기단' 이라는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 펑크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발매된 이들의 두 번째 앨범 'Viva No Brain'은 노 브레인의 해학적인 펑크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번 앨범을 통해 노 브레인은 위악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비애를 느끼게 하는 음악들 위에 7,80년대 풍의 록 사운드를 뒤섞음으로서 또 한번의 전진을 시도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스피디한 펑크 사운드 속에 한층 날카로워진 위트는 거세당한 청춘에 대한 암울함을 묘사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통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노 브레인의 외로운 투혼을 담고 있다.

그리고 노 브레인은 '사람은'과 '불타는 젊음'을 통해 뭔가를 부숴 버릴 듯한 강렬한 음악성을 보여준다. 또한 시니컬한 노랫말과 거침없는 펑크 에너지를 뿜어내는 노 브레인은 '거짓과 협잡이 난무하는 패악질 가운데 두 눈 치켜뜨고 록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노라'고 마지막 트랙 '노 브레인 만만세'에서 이야기한다.

인터넷, 미디어, 새로운 경향, 거대한 제도 속에 박살난 자아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노 브레인은 악에 받친 듯한 한결같은 분노를 통해 '암흑'과 황량함'의 시대에 밝아오는 청춘의 기상을 노래하는 게릴라로 기억 될 것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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