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12]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27분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약 4만5000달러)인 룩셈부르크의 인구는 43만여명으로 수원시의 반이 채 안 된다. 군인도 수백명에 불과하다. 이웃 소국(小國) 벨기에 네덜란드와 함께 베네룩스 3국이라고도 한다. 서울대 어느 교수는 자동차로 이 세 나라 여행을 하는데 길을 몰라서 핸들을 잘못 돌렸더니 바로 다른 나라에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얼마 전 싱가포르 방문 때 그곳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대학 교수에게 경제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약속을 전혀 해놓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도시이므로 연락하고 바로 가서 만나면 된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두어 차례 만나게 된 분도 있었다. 어느 교민은 한 달만 있으면 국민을 거의 다 만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싱가포르는 석유, 식량, 마실 물은 물론 동물원의 새들도 수입한다. 소국의 가장 큰 문제는 각종 인력의 부족이다. 운동선수보다 종목이 많아서 배구선수가 축구선수를 겸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호주는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너무 넓어 어느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가 1300㎞나 떨어져 있다. 수업은 전화로 받고 학교는 한 학기에 한두 번 가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호주 순회강연 때 만난 호주인 중 한국을 호주보다 큰 나라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사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규모는 호주보다 크다.

한국을 잘 아는 어느 캐나다 경제학자는 한국이 선진 7개국(G7)의 하나인 캐나다보다 큰 나라라고 했다. 인구수로 볼 때 단연코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주재 어느 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선진국들이 중시하는 제품이 자동차 배 비행기 반도체 철강 등인데, 한국은 이중 비행기 이외의 제품은 몇몇 G7 나라보다 더 잘 만들므로 G7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대국(大國)과 소국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국토 인구 경제규모를 중시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국토가 제일 넓은 소련은 나라 자체가 없어졌듯이 국토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다. 인구를 기준으로 한 대·소국 구분 학설을 낸 대표적 학자는 인구 1000만명 기준을 주장한 노벨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와 2000만명 기준을 제시한 홀리스 체너리 하버드대 교수이다. 이 이상의 나라는 대국이라는 것이다. 대국은 무엇보다 자동차, 철강 등 투자규모가 큰 산업이나 대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된다.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시대에는 인구 500만명의 핀란드, 400만명의 뉴질랜드나 아이슬란드처럼 소국도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잘 갖추어서 높은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유명한 경영전문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인구 500만∼2000만명 정도의 나라나 지역도 글로벌 경제단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소국 구분의 다른 중요한 기준인 경제규모로 보면 한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네 나라의 경제규모를 합친 것은 물론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규모보다도 크다. 경제위기 이전에는 인도나 멕시코보다도 컸다.

한국은 세계 4대 강국(미 일 중 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들과 비교하면서 한국을 소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경제 규모는 이 중 러시아보다 훨씬 크다. 전 세계 229개국에 비해서도 결코 소국이 아니다. 중국에 비해서도 경제규모가 작지 않다. 인구가 30여배나 되는 중국이 경제규모에 있어서는 한국의 2배 남짓하다. 많은 중국인은 물론 수많은 개도국 사람들도 한국을 발전모델 국가로 삼고 있다.

적잖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이미 몇몇 G7 국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한국인 자신은 자국을 여전히 소국이나, 개도국으로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한다. 한국은 미국의 6대 교역대상국, 4대 식량수출국의 하나이다.

현재 217개국과 교역을 하고 있다. 인구규모나 경제력, 그리고 공업화 기준 어느 것으로 보더라도 소국이 아니다. 우리는 글로벌 지식시대에 우리의 세계관, 국가비전, 발전모델, 세계화 전략 등을 이에 맞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진국 모방이 아니라 앞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송 병 락(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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