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경회/사랑의 사회를 갈망하며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27분


‘뚝딱 뚝딱 뚝딱….’

6일 이른 아침부터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등 전국의 6군데에서는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10일까지 계속됐다. 국제 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의 하나인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것이다.

이번에 사랑의 집이 지어진 곳은 주 사업지인 아산의 ‘화합의 마을’ 80가구를 비롯해 경산 태백 진주 군산 파주 등지에서 모두 136가구에 달한다. 아담한 2층 목조 연립주택이 국내외에서 모여든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집들은 10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집 없는 서민들에게 골고루 전달됐다.

세상의 서러움 중에서 집 없는 서러움이 제일 크다고 한다. 세계 어느 부강한 나라도 아직 주거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도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게 정설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사람이 살지 못할 집에서 살아야 하는 수많은 가정과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반지하 단칸 사글세방을 전전해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도 많다.

가정은 소중하다. 가정에서부터 사랑이 싹트고 또 성장한다. 그러나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정이 불안해지고 가정이 불안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그러므로 주거문제는 사회안정의 기본 요소가 되는 셈이다.

25년 전 미국 남부의 한 작은 도시 농장에서 시작된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현재 79개국에서 10만 가구가 넘는 집이 지어졌다. 이 운동은 평생 노력해도 제 능력으로는 자기 집을 가질 수 없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개인과 교회 기업 각종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집을 지어 흩어진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실천운동이다.

또한 계층간 지역간 국가와 민족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운동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입주할 사람이라면 500시간의 노동에 참여하고 장기 무이자라는 혜택은 있지만 결국 건축비용을 스스로 상환함으로써 떳떳하게 집주인이 되도록 하게 했다. 노동을 함으로써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지역사회의 리더십을 육성하는 지속적인 사회혁신운동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숭고한 모습을 보면서 노동의 신성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름 휴가나 방학기간을 모두 봉사활동에 바친 가족들, 대학동아리 회원들, 군인들, 교회 봉사자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을 이웃에 맡기고 온 어머니도 있었다.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열심히 통역을 하는 어느 재미 고교생, 직업교육을 받은 소년원생들, 70세 고령의 한국전 참전용사를 비롯해 26개국에서 온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곳에 모일 수 있게 하였는가? 그들은 자신의 작은 힘을 베풀면 베풀수록 풍성해진다는 사랑의 오묘한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랑의 집짓기 행사 때마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입주식이다. 입주자들이 집 열쇠와 성경책을 건네 받고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다 자원 봉사자들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이란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한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 자신도 자원봉사운동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고 세상 인심이 각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부터, 내 가족부터, 내 회사부터’라는 이기심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답답한 세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웃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사랑을 실천하는 해비타트 운동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해소해 가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도 이 운동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동서화합과 이웃간의 공동체 의식을 되살아나게 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건설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해비타트 운동이 북녘 땅에도 이어져 남북간 신뢰의 물꼬가 시원하게 트이길 고대해본다.

이경회(연세대 교수·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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