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간복제 강행-저지 정면충돌

  • 입력 2001년 8월 7일 19시 03분


인간복제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과학자들이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인간복제를 강행할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21세기 벽두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인간복제 문제가 ‘윤리가 우선이냐’ ‘질병 치료 등 연구 목적이 우선이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계속해서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간복제 강행 선언〓인공수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탈리아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와 미국 켄터키대 생식의학과 파노스 자보스 전 교수는 7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국립과학아카데미 복제 관련 회의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인간 탄생을 앞당기기 위해 복제된 배아를 이용해 여성 200명에게 임신시키는 시술을 11월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안티노리 박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복제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임신을 원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출신의 부부 200쌍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티노리 박사는 6일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간복제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술을 통해 질병 치료와 불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티노리 박사와 자보스 전 교수는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인간 복제를 행할 계획이다. 즉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남성의 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대신 주입해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것.

초기 복제비용은 약 5만달러(약 6500만원)가 들지만 머지않아 1만∼2만달러면 인간복제가 가능할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각국 반응〓이들의 선언이 있은 직후 부시 대통령은 “인간을 복제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하원은 지난주 인간복제를 불법으로 규정해 인간복제를 강행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다 100만달러(약 1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인간복제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복제양 ‘돌리’ 연구를 주도했던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로레인 영 박사와 미국 과학자들은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1000번의 임신이 필요할 정도로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기형아가 태어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도 “인간복제가 자연법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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