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영난 생보사 "보험료 올려달라"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3분


초저금리(低金利)로 생명보험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보험 업계 한편에서 이미 계약된 보험의 보험료까지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기존 계약의 ‘예정 이율을 소급해서 내리자’는 것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더 내거나 나중에 받게 될 보험금이 깎이는 것.

그러나 ‘예정이율 소급 인하’는 현행 법으로는 불가능하며 설사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한다고 해도 가입자의 권익을 현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국가가 사적인 계약에 개입해 가입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은 업계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보험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알면서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상당수 생보사들의 도산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오히려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조심스럽게 정부와 여론의 향배를 살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들의 평균 예정이율(지급이자율)은 연 7.5%인데 비해 자산운용 수익률은 연 4.7%에 불과해 3%에 가까운 금리 역마진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생보사들은 지난 1년간 2조7400억원의 이자 손실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48년에 보험사들이 역마진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몰리자 특별법을 만들어 기존 계약에 대해 이자를 적게 주는 ‘소급 적용’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은 90년대 초반 폐지됐다.

일본은 또 최근 생보사 7개, 손해보험사 1개 등 8개 보험사가 저금리로 인한 경영난으로 파산하자 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법을 논의 중이다. 일본 금융담당 장관의 자문기관인 일본 금융심의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험계약자 다수가 동의할 경우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최근 경영난은 저금리에도 영향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한 주식의 평가손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상황이 특별법 제정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하지도 않고 저금리로 인한 생보사의 어려움은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으로 해법을 찾아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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